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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May 24. 2023

5.24. 작년 5월 6일은 카페에서 컵을 깬 날

회상

5.24. 작년 5월 6일은 카페에서 컵을 깬 날

<참고 문장>

...

오늘 저한테 많은 일이 있긴 했는데, 그중 하나가... 제가 카페에서 컵을 와장창 깼거든요 ㅎㅎㅎ 그래서 너무 미안해서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고 컵 값을 드리겠다고 하니, 웃으면서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ㅎㅎㅎ 어찌나 죄송하던지 ㅎㅎㅎ
 제가 좀 허당이거든요 ㅎㅎ 계단에서도 막 구르고 그럽니다. 웃을 일은 아니지만 그럴 때마다 헛웃음이 나와요. 오늘도 어찌나 웃었는지..
 모두에게 너무 감사한 날이었어요.

...


<내 문장>


작년 5월 6일은 카페에서 컵을 깬날

2023년 올해 5월 6일은 기록이 없는 날

그리고 오늘은 이제 시작하고 글 쓴 날...


이런 게 글의 힘, 말의 힘이란 것일까. 그날 나는 하루종일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의 기분의 어땠는지 모두를 알 수는 없었다. 그저 짧은 글 하나가 시간이 훨씬 지난 미래에 과거를 창조하고 있었다.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다, 작년 이맘때의 나의 말을 보게 되었다. 5월 6일에 나는 카페에서 컵을 깬 모양이다. 카페주인을 잘 만나서 웃으며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었다. 흔치 않은 일인데 아무리 머릿속을 헤집어도 기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말은 있으나 텅 빈 공간만이 말을 채우고 있다. 

상대와 대화하고 있는 나를 하루를 회상하며 꽤나 명랑해 보인다. 내가 사는 세계는 밝고 명랑한 것이었다.

지난 글을 읽다 보니 글을 쓴 ‘나’라는 존재가 내가 아닌 제삼자, 아마도 내가 모르는 어떤 이가 재잘거리는 걸 보는 격이다. 저 사람은 지금 기분이 좋은 상태? 컵을 깼던 상황은 무엇이었을까? 그 카페는 어디였을까? 카페 테이블은 색깔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을까? 홍차를 마시고 있었을까? 내가 아는 그녀는 작년 5월이면 홍차를 마시고 있었을 걸..

아, 그 카페가 어딘지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 대화로 유추해 보건대, 그녀는 그날 사는 곳 근처에 있는 어느 카페에서 있었을 거야...

그녀가 입고 있었을 옷과 손짓 발짓. 헤어스타일은 어떻게 하고 있었을까? 옷은? 음... 5월 초면 어쩌면 그렇게 따듯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는데,.. 일 년 전 날씨 데이터를 찾아볼까?.. 

음.. 금요일이고 흐리나 기온이 25도까지 올라갔으니 쾌적한 날씨였다. 

그녀는 어떤 잔을 깼을까? 유리컵? 찻잔? 머그컵? 

내가 쓴 글이지만 글 속 인물도 기록한 사람도 내가 아닌 것 같다. 당황하고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와 카페 주인의 웃는 얼굴이 추억의 사진처럼 뇌리에 남게 된다. 오늘.

일 년 전 그날은 생각나지 않는다. 텅 빈 공간에 만화 같은 이미지가 사진처럼 남아있게 되었다. 오늘 다시 읽은 나의 말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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