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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Jul 07. 2023

표현과 표출

글쓰기 


7월 7일 공교롭게도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이다. 음력 날자가 맞을 테지만 숫자는 상징적이므로, 그냥 생각났다. 그리고 어제 어쩌다 들은 이야기와 뭔가 맞아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해서 우연히 견우와 직녀를 글속으로 끌어들였다. 오랜만에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지금 쓰고 있는 책의 에피소드를 어떻게 구성할까 인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책에 관한 글보다 글쓰기에 관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보니 나는 현재 쓰는 책을 위해 표현하는 글이 아니라 표출하는 글을 쓰지 못해서 안달이 나있는 상태임에 틀림없다. 혹시 독자분들은 필자가 한 잠깐의 언급으로 이해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맞다. 여기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표현’과 ‘표출’에는 북극과 남극의 거리만큼이나 최극단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자! 이제부터 안전벨트를 잘 매도록 부탁드린다. 표현. 나는 표현을 쓰기위해 무지 머리를 굴리는 중이다. 그런데 표현을 생각하면 할수록 글은 육지의 중앙에서 멀어져 산이나 바다로 널리 널리 퍼져간다. 글은 이런 저런 아름다운 또는 격양된 때로는 하이든의 놀람교양곡?처럼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없이 그저 평평대로를 달리다 어느 순간 작은 돌부리 하나를 만나 고꾸라지는 씽씽이가 되어버리곤 한다. 아...! 정말 민망하기 짝이 없다. 나의 글에 대한 생각을 하자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찰나 어제의 이야기가 ‘땡‘하고 나의 뇌리를 때렸다. 그 소리는 어느 가게 문에 달린 종의 소리처럼 청명하고 간결했다 ’세상엔 별의별 일이 다 있구나! 아니지 별 ‘그지같은’ 일이 다 있구나! 역시 인간의 삶은 드라마보다 세속적이야! 암 그렇구말구!‘

우아하고 도도하고 교수같은 나의 말투와 외모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주로 하는 말이다. 그럴때마다 나는 말하곤 한다. “제가 아직 저를 다 안보여 드렸네요. 전 여러 가지 모습을 하고 있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나는 한사코 우아하지도 도도하지도 교수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 나를 일부러 상기시켜드리곤 하는데, 그럴 이유가 있다. 무료하거나 까탈스러운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또 이야기가 산이나 바다로 놀러가지 않기 위해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을 내고 내가 정말 하고자 하는 그 ‘안전벨트를 매시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가 하는 일이 뭐냐면! 바로! 밥먹고, 청소하고, 자고, 나머지는 시간은 하루종일 섹스하는 일이에요!”

‘엥? 이건 도대체 무슨 소리?’

“그런데 그게 이해가 되는 게 그놈이 잘생겼거든요. 그러니 이해가 되는 거에요.” 

어떤 사람이 또 어떤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는 내가 현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게 또 믿어지지 않았다. 나는 도대체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기나 하는 걸까?

“그 사람이 말하는 가족이 정말 가족인지 어떻게 알아요? 다 거짓일 수 있어요?”

‘아...! 이건 또 뭐지? 그래그래, 그 기사도 생각난다. 어떤 수배자가 결혼을 했었는데 결혼식에 온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가짜였다는...!’

여기서 말하는 그 사람은 티비 속 수배자 말고 또 다른 현실 사람의 이야기이다.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어느 기사에서 본적이 있고 현실은 막장보다 더 막장스럽다는 걸 저도 인정해요.” 이건 정말 우연치 않게 알게 된 사실인데 티비에서 한 여배우의 인터뷰에서 였다.

“아침 드라마 소재치고는 너무 막장스럽지 않았어요?” 

“아니요, 드라마 소재를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겪어본 바로는 티비에 나오는 건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에 비하면 별로 강도가 세지 않다고 봐요. 현실은 정말 더더더 막장스럽거든요.”

아름답고 사랑스런 표정을 하고 막장스러운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배우의 모습이 참 현실적인 사람으로 보였다. 

‘그럼 더더더 막장스런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건가?’

그녀의 말을 비추어 생각해보니, 어쩌면 사실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갖갖 놀랄만한 범죄도 그렇지만 그것보다 말그대로 티비에는 나올 수 없는 그런 일. 그런 일 중하나가 어제 들은 이야기 같은 경우겠다. ‘먹고 자고 청소하고 하루 종일 섹스만 하는 잘생겨서 괜찮은 남자.’

갑자기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웃음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작가의 이야기 전개와 상상력에 심취해서 도대체 이런 글은 어떻게 쓰는 건지 궁금한 찰나 그가 이야기를 쓴 계기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있었다. 

“과거 캠프에서 있었던 친구와의 어떤 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이 소설을 쓰게 되었어요.”라고 한듯하다. 그냥 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는 것. 나의 그의 말이 참 간단하면서도, 그 한 사건으로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쓴 그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상상력과 긴장을 늦추지 않는 전개력 그리고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구조적 자연적 철학적 예술적 코미디적 등등의 배경지식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웃음>을 읽고 책을 쓴 배경을 알고서는 헛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1년간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겪은 일은 그 무엇보다 글쓰기에 좋은 소재로 쓰여질 것 같다. 막장드라마의 소재보다 더 현실적인 막장, 티비에서도 볼 수 없는 리얼한 막장드라마를 여러 편 본 듯하다. 어제의 그 이야기처럼 말이다. 그들과는 현실에서의 인연의 끈은 사라지거나 희미해졌지만 어느 시점에는 분명 내 책 속에서 화려하게 살아날 것이다. 그때는 표현이 아닌 표출을 할 지도 모르겠다. 막장으로 표출하기.

밥하고 청소하고 잠자고 섹스만하는 잘생긴 견우의 삶에 대한 막장 드라마. 직녀는 뭐하냐구요? 돈을 번다고 해요. 그 직녀가 저는 아닙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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