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라는 말을 잘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도움을 잘 요청하고 잘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다르다. 언제부터인가 도와달라는 말을 잘 안하고 있는 내가 보였다. 모든 걸 혼자하고,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부터이지 않았을까?
잘 못하니 도움을 요청했더니 ‘니가 알아서 하세요.’같은 반응을 몇 번 경험했다. 그러고는 ‘내가 도움을 청하는 게 좋은 게 아니구나.’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남을 도와 줄 여력이 없어 보였다. 도움은 어린 아이나 청하는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그때부터 모든 걸 혼자 해결하려는 습관이 생겼다. 잘 모르겠으면 정보를 찾아보고, 확인해보고, 설명서를 읽어보고 혼자 조립해보고... 다행히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온라인 속에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많았다.
구글링으로 디자인 하는 법, 유튜브 채널 만드는 법, 이런 저런 방법들을 찾았다. 빠르고 편리한 백과사전을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었다. 인터넷 쇼핑도 마찬가지였다. 큰 물건이나 무게가 나가는 상품을 더 이상 낑낑거리면 들고 오지 않아도 되니,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없이 인터넷으로 편리하게 클릭 몇 번만 하면 된다. 오늘 밤에 주문하면 내일 새벽에 배송되는 물품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인지 도움을 청하는 일은 더더욱 사라지고, 도움을 주는 사람도 사라진걸까. 아무튼 나의 경우는 도와달라고 말하는 경우가 드물어지긴 했다. 그리고 어느날 나는 도움을 청한지 참 오래되었다는 걸 알았다. 물론 혼자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면 좋기는 하겠지만,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분명히 나에게도 있었을텐데...
이제는 도와달라는 말을 연습해야할 정도가 되었다. 우리는 관계 속에 사는 사람이다. 나또한 그렇다. 그런데 서로 돕는 일이 사라진다면 너무도 무미건조한 삶이 아닐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정말 내가 무인도에 혼자 있다면 나는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먹고 사는 것이 해결이 되도 혼자 사는 삶은 참 지루할 듯 하다. 사람들에게 치이고 사람들때무에 힘들고 사람들 때문에 괴로울 때도 있지만 사람들 때문에 행복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 사람들을 사랑하자. 80억 인구가 80억의 성격을 가졌다고 한다. 지문처럼 매번 고유의 관계가 형성된다. 무엇하나 똑 같은 점이 없다. 그래서 어쩌면 더 재미있는 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는 이 세상이 놀이터이자 학교이기도 한 이유이겠다. 도와주세요! 라는 말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럴려면 나를 더 오픈해야겠다는 생각이든다. 내가 못나서 도움을 청하는 게 아니다. 나는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는 세상에 살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