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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Nov 29. 2023

침묵

침묵의 힘은 위대하다. 침묵을 만나면 흐르던 물이 막히는 듯, 굴러가던 구슬이 순간 멈추듯, 멈춤이 일어난다. 공중에서 자유롭게 섞이고 흘러가던 공기도 멈추어 마치 진공상태가 되는 듯, 공기의 감촉도, 공기의 소리도, 아무 것도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침묵은 그렇게 무, 없음을 보여주고 느끼게한다. 침묵은 그래서 두렵고 무서운 존재이자 상태이다. 없음은 경험하는 일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계 속에서의 침묵은 더 더욱 그렇다. 아무 말이 오가지 않는 상태, 아무런 눈 빛도 오가지 않는 상태는 멀고 냉랭할 수 있다. 수많은 일을 처리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아무런 일을 할 수 없게되는 상태. 그런 공한 상태도 있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 어느 순간 일에서 손을 놓으면 불안하다고 한다. 어떻게 일을 하지 않는 상태를 즐길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자신이 낯설고 어색해서 적응이 되지 않는 다고 한다. 그렇다. 그는 ‘무‘의 상태에 갑자기 떨어져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래도 그런 상태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적어도 그 공기가 냉랭하지는 않을 것이니.


관계 속에서의 침묵은 냉랭하다. 알 수 없슴에서 올라오는 온도이다. 알 수 없슴. 알 수 없는 상태. 알 수 없는 마음. 알 수 없는 상황. 알 수 없는 환경. 알 수 없는 사람. 알 수 없는 느낌. 알 수 없는....


침묵이 왜 두려운 걸까. 나는 침묵이 두려워졌다. 여러 침묵 중 어떤 침묵은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오늘 그 침묵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침묵은 나도 그도 양쪽에서 하는 것인데, 사실 나는 그가 침묵을 하는 지 알 수 없었다. 말을 하지 않고,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침묵을 하는 건 아니니까. 나는 그를 알지 못한다. 침묵하는 사람은 오히려 나다. 그럼 나는 내가 하는 침묵이 두려운 걸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내 침묵이 두렵기도 하다.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파장이 있을 것이니.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어 침묵을 결정했다. 그런데 그 결정에 다른 그 누가 아닌 내가 두려워하고 있는 형상이다. 나는 왜 내가 한 선택이 두려울까? 


내가 침묵하자 상대가 침묵한다. 그 뚜렷한 작용, 반작용이 두려운 걸까. 이상하게 알 수 없는 침묵이 지속되고 있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침묵을 낯설어하는 나 자신을 보고 아직 덜 단련이 되었음을 알았다. 나는 더 단단해져야겠다. 나는 오히려 더 침묵해야겠다. 내가 원하는 건 관계의 틀어짐은 아니다. 그러나 나를 위해, 소중한 삶을 위해 더한 침묵을 경험해야 겠다. 침묵으로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면 나도 그대도 우리는 모두 승자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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