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화면 속 깜빡이는 커서가 나를 재촉하지만, 손가락은 쉽게 움직이지 않아요.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입니다. 어떤 글을 써야 독자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될까? 어떤 단어를 사용하면 좋을까? 어떤 표현으로 깊이 있는 문장을 만들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주는 부담감입니다.
인위적인 표현도 싫고, 너무 가벼운 글도 싫습니다. 딱 적당히 감상적이고, 통찰이 느껴지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자연스러움이 덤이지요. 적당이 감상적이란 말은 철저의 저의 취향입니다. 구체적으로 묘사를 한다거나, 시간의 제약을 넘어 한 장면 속으로 나도 모르게 빠져들 수 있는 것이죠, 구체적이나 함축적이어야 합니다. 자칫 단어의 나열로 이어지면 깊이가 사라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가장 쉽지 않은 작업이죠. 그래서 작가의 경륜이 중요한 것이겠죠. 오래된 글쓰기에서 오는 경력이라던가, 글쓴이는 내면의 무르익음이 겉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죠.
깊이 있는 글은 다른 작가의 좋은 글을 참고로 나만의 글로 바꾸는 것으로도 연습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다른 작가의 글을 필사를 하고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입혀 바꾸는 것이지요. 그런데, 경험 상, 그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정말 나의 언어로 바꾼다는 것은 단어와 표현만 바꾼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 안에 포함된 내용과 감정까지도 나의 것으로 바꾼다는 이야기이죠. 바꾼 글이 충분히 은유적이고 함축적일 때 좋은 글로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그건 또한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른 것에서 나오고는 합니다. 결국은 깊이 있는 글이 중요하다는 말이죠.
깊이 있는 글은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나의 내면 깊은 곳까지 순식간에 다다랐는지 모를 정도로 걸림이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고전과 스테디셀러들이 그렇죠.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단연컨대 이런 깊이와 자연스러움 때문일 것입니다.
작가들의 글에서 드러나는 표현은 책의 장르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이는 매우 단호한 말투이고, 또 어떤 이는 매우 서정적이죠. 둘 다 좋습니다. 쓰고 읽는 이의 목적에 서로 매치가 되느냐의 문제겠죠.
저는 서정적이면서도 여운이 있는 글과 단순하나 함축적인 글이 좋습니다. 그런 글을 쓰는 작가들의 깊이가 부럽습니다. 일부러 쥐어짜 낸 문장이 아니라 깊이 생각하고, 오래 다듬은 글일 수 있겠죠. 또 어쩌면 쉽게 한 번에 휙 하고 쓴 글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쓰인 글이든 상관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글이 저의 내면을 휘감을 수 있을 만큼의 몰입력이 있으면 되니까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먼저 글을 써야겠죠. 그것도 잘. 잘 써진 글은 글쓰기 실력보다 생각의 깊이에서 출발합니다. 경험의 축적일 것입니다. 삶에서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몰입력이 반영된 것이죠. 생각의 힘, 표현의 구체성, 함축성, 간결함, 그리고 여운, 이 모두를 아우르는 그런 글인 것이죠. 경륜은 세월을 품은 기품과 중후함을 담아내고, 내면에 투자한 정성이 쌓여 얻어지는 결과라고 한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경륜 있는 글을 쓰기 위해 오늘도 고민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