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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Jul 19. 2023

신흥시장의 기억


명동길은 어디에나 있나보다. 어릴 적 살던 강릉 시내에 명동길이 있었다. 가장 핫한 길이 명동길인 건지 춘천에서도, 대전에서도 명동길을 본듯하다. 해방촌에도 명동길이 있다. 해방촌 오거리에서 해방교회방향으로 상권이 형성되어있다. 옛스런 80, 9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길이다. 파리바케트와 함께 90년대 부터 한국의 대형 프렌차이즈 빵문화를 이끌어가는 뜔레주르 빵집, 그 옆에는 시골 보석당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가게, 그리고 그 맞은 편엔 강아지를 키우는 생선가게. 참고로 이 생선가게에서는 은빛 갈치와 등 푸른 고등어가 반짝반짝 빛난다. 주인 아저씨가 고양이대신 강아지를 키우는 덕분인 걸까.

그 옆에는 과일가게가, 또 그 맞은편에는 동네 문구점이, 정육점이, 방앗간이. 가게 하나 하나 옛스런 분위기가 마치 시골 어느 장터를 보는 듯 하기도 하다. 이곳은 화면이 큰 최신형 LED TV 스크린보다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어울릴 것 같다.  그런 생각도 잠시, 그 옆에는 최근에 들어온 듯 트랜디한 무인 카페와 향수 파는 청년, 그리고 아담하고 예쁜 감성을 지닌 카페도 있다. 옛스러움과 최신 트랜디한 감성이 함께하는 이곳. 해방촌 명동길은 그래서 핫한 길인걸까. 


이곳을 걷다 아래로 내려가는 좁은 계단을 만나게 되는데 신흥시장으로 가는 길이다. 지하세계로 훅하고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도하다.  처음 이곳을 발견하고는 상하이에서 본 파운드를 연상했다. 차가 다니는 평지에서 지하로 들어가는 계단을 따라가면  대지가 넓은 곳에 트랜디한 바와 서양 레스토랑이 있다. 소문에 의하면 중국정부에서 과거 외국 상권을 한 곳에 모아 놓을 목적으로 생긴 곳이라는데 알 수 없다.


신흥시장은 입구가 몇개 있는데, 명동길처럼 높은지대에서 가면 지하이고, 버스가 다니는 옆길에서 들어가면 평지인 참 독특한 구조이다. 시장 안 천장은 비와 눈을 막을 수 있게 투명한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다. 신흥시장 안의 상점들은 참 독특하다. 과거에는 어떤 상권을 형성했었는지 알수 없지만 지금은 대부분 바와 레스토랑, 카페가  영업 중이다. 악세서리 가게, 티비에 나온 맛집, 그리고 니트 옷가게가 있는데, 그 중 특별히 나를 이끈 곳은 바로 ‘오락실’이다. 70년대에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때 봤던 그 오락실 분위기다. 친구가 한사코 끌고 갔던 학교 앞 오락실. 친구는 떡볶이와 오락실 메니아엿다.


중략-

친구와는 오래전에 헤어졌고 이제 나는 그녀와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중략-


세상과 타협하는 삶, 이걸 나는 처세술이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내가 잘 살 수 있는지, 그런 기술이 처세술이라고 본다.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사회적 동물이 되었으므로 생존을 위해서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건 맞다. 그런 사람들을 일년간 찾아보려 만나고 다닌 결과 지금 내 주위에 이런 저런 사람들이 생겨났다. 일년 전에는 일면식도 없었던 사람들이다. 지구 어딘가 동시대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일 뿐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나의 의지로 인해 그들을 만났고, 관계했다. 그 속에서는 많은 걸 보고 듣고 공유했다. 그리고 남은 것은… 남은 건 커피잔에서 흘러나온 커피가 바닥에 원을 그리며 자국을 남긴 것처럼 그런 남김이 있다. 알맹이는 어디가고 가장자리의 원모양의 자국만… 또는 컵의 물이 새에 종이에 물때가 남은 것처럼 그런 그림자같은 물때가… 실체는 사라지고 물때만 남아 버렸다. 그들은 어디로 간걸까. 현실세계에서 나와 함께 대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진짜 인물들이 맞긴 한 걸까.

내가 나의 의지로 끌어당긴 사람들, 이제는 나 혼자 덩그러니 나와 모두 꿈처럼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 듯 하다. 나는 또 혼자가 된걸까. 혼자는 아니다. 나는 여전히 가족이 있고, 어릴 적 친구들이 있다. 그저 지금 내 주위에 만나는 사람들이 내가 바라는 현실과 거리가 멀어서 일 수 있다. 그러니 상실감은 아닐 수 있다. 그러니 심각하게 생각할 이유도 없다. 내가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이거나,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도 못하는 참 답답한 사람으로 보이거나, 아집에 똘똘 뭉친 사람으로 보이거나 그 어떤 사람으로 보여도 상관없다. 결국 애써서 억지로 해결하는 일은 선한 결과를 낳지 않았다.


-to be modified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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