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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Jul 20. 2023

보광동에서 만난 사람들



우리는 언젠가 어디서든 다시 만나나보다. 좁은 골목에 마을 버스가 지나가고,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세단차가 지나가고… 참  어수선하다고 느끼는 순간 사무엘이 환한 얼굴로 반긴다.

“아! 살루Salut ! Tu es là ! 어서와!”

“어…”

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느닷없이 파떼를 건냈다. 

“파떼 좋아해? 여기!”

“어, 안녕, 응 고마워!”


핸드백을 맨채, 손에는 파떼를 올려놓은채 이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파티는 이미 시작되었다. 

오늘은 보광동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하는 사무엘의 3주년 기념일이다. 가게를 오픈했는데 때마침 코로나 19가 발생해서 힘들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해를 넘겼고 오늘까지 왔으니 얼마나 뿌듯한 마음이 들까. 사무엘의 얼굴이 오늘따라 환해보인다. 역시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게 정답인가보다. 

사무엘과의 짧은 인사를 뒤로하고 먼저 온 사람들과 한 사람 한사람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건넸다. ‘모두 모르는 사람들인가’ 생각하는 찰라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이 보인다.


“어! 와! 어머나! 혹시 B의 친구아니세요? 우리 같이 북한산 갔었죠?”

“아! 맞아요. 안녕하세요!”

“네, 너무 반가워요. 이름이 J? J 맞나요?”

“네, 맞아요.”

“와! 여기서 만나다니요! 싸바 Ça va? ? 뚜 바 비엔Tu vas bien 어떻게 지내셨어요?”


‘여기서 만나다니!’ 나의 친구 B는 한국에서 장장 16년을 학교에서 근무하고 프랑스로 돌아갔고, J는 한국에 남았다. 우리는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 만남과 헤어짐은 필연인가보다.  J와는 직접적인 친구가 아니다보니 만날 일도 없었고, 연락처를 알지 못했으니 더더욱 그랬다. 그러나 어쩌다 우연히 언젠가는 서울에서 만날거란 생각은 했다. 서울에 있는 프랑스 커뮤니티는 생각보다 그리 크리 않다.


J와의 대화도 잠시 J의 옆에 한 여성이 앉아 있었다. 소개를 받고 대화를 나눴다. E라고 불리는 그녀는 한국에 온지 1년 정도 된 프랑스 학교 선생님이었다. J와 함께 근무하니 친해진 관계가 된 것같다. 그런데 나와 J와의 만남보다 더 놀라운 만남이 사무엘의 아이스크림 가게에 있었다. E와 사무엘의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사무엘의 어머니는 배우자와 7년 만에 아들이 사는 한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리고 40년 만에 무용을 가르친 제자를 한국에서 만난 것이다. 그 제자가 바로 E라고 한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나는 마치 소설 속 인물들의 행적을 쫗듯 오늘 처음 만난 E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무엘의 어머니를 아세요?”

“네, 제 어릴 적 무용선생님이에요.”

“어머나! 그런데 사무엘의 어머니라는 거죠?”

“네, 사무엘은 어릴 적 제 친구인데, 선생님을 찾기전에 사무엘을 먼저 찾았죠.”

“어떻게요?”

“우린 같은 동네에 살다 이사를 하며 소식이 끊어졌어요. 그런데 어느날 사무엘이 페이스북 페이지에 뜬거죠. 보니 한국에서 새 생활하고 있더라구요. 그때 그냥 안부 인사를 했죠. 어머니도 잘 지내시는 지 물어봤구요.”

“그랬군요.”

“네, 저는 그냥 그의 생활을 가끔씩 보고 있었는데 어느날 제가 한국으로 발령이 난 거에요. 그래서 한국으로 오고 사무엘을 만났죠. 그런데 오늘 사무엘의 어머니, 그러니까 제 무용선생님이 오신거죠, 한국에.”

“와! 정말 이런 인연이 있군요!”

“네!, 저도 너무 놀라워요! 만날 사람은 정말 어디서든 만나나봐요. 신기하네요 저도.”


E의 말처럼 정말 놀랍고 어리둥절한 경우가 있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그렇다. 오늘 이곳에 아는 사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 속에는 내가 이미 알고 지냈던 사람도, 동시대에 함께 한 도시에서 살았던 사람도 있다. 모르고 지나쳤을 뿐, 우리는 언젠가는 어디서든 만나나보다.


to be continued & modif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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