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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6] 셀프 코칭 65.프랑스어가 예쁘다고요?

by 벨플러 Miyoung

나는 프랑스어를 한다. 불어로 일을 하고, 불어로 생활한 지 20년이다(모국어인 한국어를 5년 전부터는 더 많이 사용하기는 한다). 보통 프랑스어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 한다. 맞을지도 모른다. 이야기할 때 들리는 소리가 종종 새가 속삭이거나 부드러운 노래를 부르는 듯 하니 말이다. 특정 발음이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다. 가령 “쎄브레?(C’est vrai ?)” 같은 경우, “그게 정말이야?”라는 한국어 발음보다는 혀가 자연스레 구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의 프랑스어 입문 배경은 생존이었다. 아름다운 프랑스어 구현은 글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 듯하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지낼 때였다. 회사에 취직을 해야 하는데, 필수 사항이 프랑스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몬트리올 시가 속해있는 퀘벡주는 제1 공식 언어가 프랑스어이다.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프랑스어를 먼저 사용하고 사람들의 생활언어도 프랑스어이다. 영어를 사용하기도 하나 특정 지역(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 있음)과 필요에 의해서 사용하는 언어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프랑스어를 배워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당시에는 봉주르 같은 기본적인 인사말도 겨우 하는 수준이었다. 취직을 위해 불어를 해야 했다. 몇 개월간 불어를 배우고 캐나다 음악저작권 협회에 입사를 했다. 운 좋게 들어간 회사였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으므로 나는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해 불어를 알아들어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무조건 알아듣는 척을 하는 것에 한계가 생기기 시작했다. 내 불어 실력도 초보의 실력이지만, 퀘벡 특유의 엑센트 때문에 쉬운 문장도 잘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예를 들면 동료가 지나가며 하는 봉주르가 봉주르로 들리지 않고, “보르베(아무런 음으로 적은 것임)”라고 들릴 때 같은 경우이다. 그러면 그가 ‘안녕’이라고 했는지, ‘사랑해’라고 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급기야 나는 회사에서 업무보다 로컬 불어 발음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다. 답답할 노릇이었다. 귀가 있어도 없는 사람처럼 멍하게 시간을 보낸 적이 많았다. 그러는 와중, 하늘이 도운 걸까. 불행은 언젠가 끝이 나긴 하나 보다.


3개월이 지난 후, 보스가 바뀐 것이다. 걸쭉한 퀘벡 엑센트를 지닌 보스 대신 똑 떨어지는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프랑스 여성이 나의 새로운 상사가 되었다.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프랑스에서 사용하는 불어는 내게는 익숙한 발음, 즉 학교에서 배운 발음,을 가지고 있으니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캐나다식 불어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불어를 사용하게 된 계기를 생각해 보니, 처음 불어를 하게 되었을 때의 상황이 떠올랐다. 요즘 들어 만나는 사람마다 불어를 하니 얼마나 로맨틱하냐고 한다. 프랑스어가 예쁘긴 하지만 꼭 프랑스어만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국어도 예쁘고, 스페인어도 예쁘고. 중국어도 예쁘다. 말하는 스타일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나는 불어를 하는 사람들 중 발음을 힘들어하는 분들을 종종 본다. 특히 R발음을 힘들어하고, ‘앙’과‘엉’ 또는 ‘땅’과 ‘떵’ 같은 발음이 거칠고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오랫동안 사용한 사람들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으니, 관건은 얼마나 발음을 부드럽게 하느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독자분들은 한국인들이 쉽게 발음하는 ‘Merci beaucoup!’를 해보면 어떨까? 긴 글을 읽어 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할 때, “매우 감사합니다!”라는 뜻이다. “멸치볶음!” 어떠한가? 너무 쉽지 않은가? 하하하! 한국어와 찰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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