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책을 읽고, 김호성지음, 온더페이지 펴냄
제목: <내 마음 다친 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김호성지음, 온더페이지 펴냄
부제: 힘들 때 나를 지켜 주는 내 손안의 작은 상담소
책 표지에 아래와 같은 문구가 있습니다.
“아파 봤기에 압니다.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
절망 끝에서 스스로를 고쳐낸 심리 상담사의 뇌과학 셀프 테라피
그날이 기억납니다. 캐나다에서 지낼 때 한국에 계시는 엄마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카톡보이스콜 서비스도, 스카잎도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데파너(퀘백주 수퍼)에서 파는 국제전화 카드를 사서 충전된 시간만큼 사용할 수 있었죠. 일분, 일초가 소중한 시간.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힘든 일은 없냐는 안부인사와 격려의 말을 듣고 싶은 순간이죠. 엄마도 멀리서 전화를 걸어온 내게 나름대로 사랑어린 말을 하려고 했겠죠.
“잘 있냐? 어디 아픈 곳은 없냐? 밥은 잘 먹고 다니냐? 생활은 어떠냐? 사람들과는 잘 지내느냐?”
엄마와의 대화는 늘 그렇듯 단조롭고 오히려 무겁습니다. 그리고 전화 통화가 끝날 때 즈음, 늘 빠지지 않는 훈계섞인 말이 있습니다. “뭐든 너가 잘해야 해, 알았지?”
보통같으면 그냥 넘겼을 코멘트입니다. 늘 하던 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날은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 또 그 얘기야? 왜 맨날 같은 얘기만 하는거야? 도대체 내가 뭘 잘해야 하는건데? 구체적으로 말해봐!”
갑자기 침묵이 생겨났습니다. 수화기 넘어 엄마쪽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엄마는 침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분노에 차 숨을 헐떡이고 있습니다.
“도대체, 내가 뭘 잘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봐. 왜 맨날 같은 소리야? 알아들을 수가 없잖아?!”
엄마에게 다시한번 소리지릅니다. 엄마가 너무도 미웠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엄마에게 반항하는 청개구리같은 자식이었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어떤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반항하고, 엄마에게 못된 표정을 짖고, 못된 말을 해도,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80프로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 여전히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었을 수도 있었죠. 그렇게 꾹꾹 눌려져 있던 감정이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것이죠. 그날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간간이 있었던 엄마와의 대화는 늘 그렇게 신경질적이고, 분노에 차 있었습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잘해야 하는 것이었을까요? 그 뒤로 차라리 엄마와 대화를 하지 않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분노에 차있는 내가 안타까웠고, 가정에서 얻은 상처로 허우적대던 내가 안쓰러웠습니다.
심리상담사를 찾았고, 명상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책의 저자처럼, 저도 혼자 웅크려 땅만 쳐다보며,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는 어린 나를 만났더랬습니다. 어린 그 아이는 쉬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매일 그 아이를 찾아갔었죠. 따듯한 시선을 보내고, 달래고, 안아주고, 내가 너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진짜 보호자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하루, 등만 보여 주었던 그 아이가 환하게 웃는 얼굴을 저에게 보여주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날의 감격은 지금도 떠올리면 벅차고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김호성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많이 울었습니다. 제가 마음치유를 했던 시간들이 기억이 나서인지, 마음 속 상처가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작가님이 쓰신 글에서 치유의 울림을 느꼈다는 점입니다.
책 제목처럼 우리는 어른이 되었으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다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가정에서의 일, 학교에서의 일, 또 사회에서의 일. 세월이 지났고, 장소만 바뀌었을 뿐, 해결되지 않은 과제는 반복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듯 합니다. 웅크리고 구석에서 울고 있는 어린 아이처럼요. 그런 과제를 가지고 있다면, 또는 힘든 데 뭐가 힘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세요. 손 안의 작은 상담소처럼 언제라도 꺼내 들춰볼 수 있는 비상약같은 책입니다. 10주간 쓸 수 있는 감정일기장도 함께 주셔서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김호성 작가님은 휴앤 마음디자인이라는 상담센터의 원장입니다. 과거 자신을 치유하고자 심리학을 공부했고, 의학최면, 뇌과학을 공부하고, 수천여명의 내담자를 만났고, 16년의 연구를 끝에 완성한 치유프로세스를 책에 담았다고 합니다.
그럼 가장 궁금한 책의 구성과 치유의 프로세스는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책은 크게 3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Part 1. '뇌'라는 미로 속 '마음아이' 찾기
에서는 마음아이를 찾고 공감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공명’이라는 용어가 특이한 점인데, 우리가 누군가를 이해할 때 감정을 함께 느껴주는 공명의 단계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저는 여기서 저의 취약점을 발견했는데요. 그저 “그랬구나”하고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공감하는 단계를 넘어 그래서 어떡하지? 뭘 해줘야 하지? 라는 진정한 치유를 위해 행동을하는 단계까지가 진정한 공명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어릴적 부모에게서 “엄마가 도와줄게. 뭐가 힘들었어?”하며 진심으로 도움을 받은 경험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없다면 지금이라도 내면의 어린 아이에게 스스로 그렇게 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Part 2. 상처를 치유로 바꾸는 뇌 활용법
에서는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역이용하며 좋은 생각을 선택하는 힘을 기릅니다. 가령 특정대상에 부정적인 감정이 있는 구조가 형성되었다면 이것을 긍정적 감정반응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쓰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자라->나쁜 것’을 ‘자라->좋은 것’으로 바꾸는 것이지요.
이런 프로세스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Part1에서 연습한 진정한 ‘공명’으로 마음아이와 연결하여 충분히 감정 몰입이 된 상태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후 마음아이가 원하고 보고 싶어하는 상황을 떠올리고, 그것을 감정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Part 3. 어둠에서 빛으로, 100일의 변화
에서 작가님은 공황장애, 가족관계에서 온 상처, 학창시설, 사회생활에서 온 상처를 지니고 있던 내담자들의 실제 예시를 들어(이름은 아님) 읽는 독자들도 치유의 프로세스를 스스로가 따라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부록으로 주신 100일 감정일기장도 있어, 치유와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독자분들도 매일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어릴적부터 힘들었던 일을 리스트로 작성해 하나씩 치유프로세스를 실행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한 번 읽었으니, 스스로 적극적으로 실행할 일만 남았습니다. :)
목차
프롤로그_ 뭐가 힘든지 모르겠는 당신에게
1호 제자의 추천사
Part 1. '뇌'라는 미로 속 '마음아이' 찾기
_당신의 마음속 아이는 괜찮은가요?
1회기: '나'는 어떤 힘든 삶을 살아왔나요?
-내 삶을 괴롭혀 온 기억 찾기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단서 / 마음이 고장 났다는 신호
-공감을 넘어서 공명으로
자기 공명: 진정한 공감의 3단계 / 마음 알아차림과의 다른 점
-마음속 아이를 찾는 감정지도 그리기
-둘 다 ‘나’라서 마음아이를 찾기가 어려워요
공감이 잘 안 될 때, 두 가지 방법
2회기: 뇌가 인지하는 마음 해소법
-거울 속 마음아이가 원하는 말
뇌가 인지하는 언어 전달법
-자기 공감의 습관화, 감정일기 쓰기
감정일기 쓰기 5단계
Part 2. 상처를 치유로 바꾸는 뇌 활용법
_치유하면 뭐가 달라지나요?
3회기: 뇌의 작동방식 역이용하기
-우리는 뇌를 잘못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극에 대한 반응 공식 / 자극 반응을 역이용하기 / 좋은 생각을 선택하는 힘
-실사례로 이해하기: 공황장애
공황의 근원을 찾아서 / 마음 장벽을 넘어서는 두 가지 방법 / 나 혼자 해소했다고 정말 괜찮을까요? / 나의 변화가 주변의 변화로 /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 보기
-실사례로 이해하기: 부부관계, 강박증
이혼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와 봤어요 / 악화된 부부관계 해소를 위한 마음아이 치유 /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는 변화 / 나 자신 치유하기
-치유 과정에서의 궁금증
1) 저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인 것 같아요
2) 대상을 생각하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져요
3) 당장 풀고 싶은 건 그렇게 깊은 상처는 아닌 것 같아요
4) 부모님에게 상처 받았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5) 저 혼자 푼다고 의미가 있을까요?
6) 해소가 잘 안 돼요
4회기: 지속적인 치유를 위하여
-자기 자신과 애착관계 맺기
나를 위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치유의 3요소: 생각, 마음, 몸(행동)
생각과 마음의 차이 / 마음만큼 중요한 몸 챙김 / 생각, 마음, 몸 중에 무엇이 우선일까요? / 변화는 이제 시작입니다
-더 깊은 치유, 뇌가 인지하는 최면 치유법
뇌의 작동 원리를 활용한 무의식 치유 / 렘을 통한 치유의 원리 / 무의식 접근 원리
Part 3. 어둠에서 빛으로, 100일의 변화
_체질이 바뀌는 시간, 100일
치유의 풀 코스 A to Z
-치유 프로세스 한눈에 보기
첫 상담부터 마지막 상담까지
실전: 사례로 연습하기
-나와 닮은 사례 찾아보기
-가족관계 상처 해소
1) 폭력적인 아버지
2) 강압적인 아버지
3) 무책임한 아버지
4) 자식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는 어머니
5) 가스라이팅하는 어머니
6) 폭력적인 오빠
7) 부모님과의 사이에서 이간질하는 언니
-가족관계 상처 해소 마무리
-학창시절 상처 해소
1) 학창시절을 지옥으로 만든 동급생
2) 학창시절을 지옥으로 만든 선생님
-학창시절 상처 해소 마무리
-사회생활 상처 해소
1) 가스라이팅하는 직장 상사
2) 일터를 기피하게 만든 고객
-사회생활 상처 해소 마무리
-상담을 마치며
에필로그_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