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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3] 셀프 코칭 72. 버스여행

by 벨플러 Miyoung

어제 태어나 처음으로 버스여행을 했습니다. 수많은 버스노선을 본적 있으신가요?

지하철보다 더 촘촘히 연결되어있는 서울 버스. 주변 경기지역까지 연결된 버스노선을 본다면 정말 입이 떡하고 벌어질 정도죠. 무엇보다 대도시에 버스가 이렇게 잘 연결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죠. 900만명이 넘는 서울인구의 발 역할을 하는 버스입니다. 간단히 검색을 해보면 서울시의 대중교통 분담률은 약 74%로, 이 중 지하철 및 철도가 43.1%, 버스가 30.9%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단연코 지하철 이용객이 많은 것이죠. 그러나 저처럼 버스를 이용하는 분들도 많이 있네요.


저는 지하세계보다 지상세계를 더 좋아합니다. 간혹 교통체증으로 인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버스 창 밖을 통해 세상을 보기를 좋아하거든요. 어제는 사실 종일 걸을 생각이었습니다. 요즘 들어 운동을 게을리한 계기도 있지만,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달리기를 하는데, 오랜 시간 달리기를 하기에는 체력이 그 만큼 받쳐주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걸으며 생각정리를 하려 했었죠.


지내는 곳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소월길입니다. 서울에서 산 아래 하늘과 맞닿아있는 길이죠. 도시와 하늘을 평행으로 바라보며 생각에 빠지기 적절한 곳입니다. 소월길에 도착하니, 바람이 불더니, 비인지, 우박인지, 진눈깨비인지... 비바람이 쏟아집니다. 사선으로 이리저리 휘몰아치는 바람을 막으려 외투에 있는 모자를 쓰고 버스정류장으로 피신했습니다. 때마침 405번 버스가 도착하길래, 이때다 싶어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우산이 없으니, 걷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버스에 올라타니, 405번 버스가 결국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걸 알았죠. 버스는 하루종일 어디론가 이동하는데, 버스를 이용하는 저는 한번도 그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어제는 405번과 함께 데이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제가 항상 내리는 정거장 너머 어디론가를 향해 늘 달리고 있었던 곳으로요. 405번은 이태원을 지나니, 보광동으로 향합니다. 서초로 가고 남부터미널로 가네요. 그리고 내가 알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 아니 예전에 한 번은 간 적이 있었던 양재로 갑니다. 친구와 함께 양재 꽃시장에 새벽바람으로 갔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왔습니다. 그리고는 도착한 곳이 양재천입니다. 벚꽃이 한창이었던 어제. 비바람이 거치고 햇빛이 환하게 얼굴이 내밀던 그때 양재천에 도착했습니다. 가운데 실개천을 중심으로 벚꽃이 한창입니다. 연분홍 벚꽃을 구경하러온 연인과 가족들이 보입니다. 마치 동화처럼 뭉게뭉게 피어있는 벛꽃나무 사이로 양쪽을 연결하는 구름다리도 보입니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처음보는 풍경에 놀라울 뿐입니다. 버스여행 하기를 잘했다 싶습니다.


일상에서 벗어나고, 새로움을 찾기에 버스여행만큼 쉬운게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좋은 걸 이제야 알다니 말입니다. 이제라도 알게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드라이브를 좋아하고, 돌팔구를 찾고 있다면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할 것 같군요.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저 버스에 hop in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다음 버스여행은 402번으로 정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버스로 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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