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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3] 셀프 코칭 82. 농담

by 벨플러 Miyoung

이경규 선생님이 최근 <농담>이라는 책을 내셨다. 코미디언들의 국제적인 교류를 촉진하는 일을 하는 나로서는 아주 기분 좋은 소식이다. 유머야말로 살아가며 뺄 수 없는 소금 같은 요소이다. 유머가 없는 인생을 상상해 보라. 진지함으로 살아가고 무료함으로도 살아갈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생기 있는 삶을 원한다면 유머는 무엇과도 비길 수 없다. 천국에서 신조차 인간세상에서 얼마나 재밌게 놀다 왔냐고 묻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 일단은 재미있게 사는 게 좋다. 재미를 이루는 데는 유머만이 다는 아니다. 당연히 사람에 따라 재미는 다를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중 가장 으뜸인 유머를 기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보려 한다.


유머 즉 코미디는 과거 그리스에서 유래되었다. 그리스어 comoide가 축제를 뜻하는 comus와 노래를 뜻하는 오이데oide가 합해진 단어이다. 이것이 이탈리아어 Commedia에서 프랑스어로 Comedie, 이후 영어로 Comedy로 발전하였다. 그러니까 코미디는 노래가 있는 축제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페스티벌이 오히려 코미디라는 어휘를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인류는 코미디를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켰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웃음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장르로 정착되었다.


“우리의 삶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이 있다. 백세시대에 백 년 이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이 말이 갈수록 진중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삶은 고통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실제로 살아가는 건 녹록지 않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변하는 세상 문물에 발맞춰 따라가기가 버겁다. 요즘같이 AI의 영향으로 하루아침에 바뀌는 세상은 더더욱 그렇다.


코미디업계의 유명인이 있다. 영화계에도 세계적으로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바로 작은 키, 콧수염, 멜빵바지와 모자를 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잘 알려진 찰리 채플린이다. 즐겁게만 살았을 것 같았던 그도 우여곡절 가득한 삶을 살았다. 어릴 적엔 부모의 이혼과 어머니의 정신병이라는 가정환경이 있었다. 이후 CIA로부터 공산당이라는 의심을 받고 스위스로 망명해 마지막 일생을 보냈다.


그가 70세 생일 때 썼다는 시는 많은 이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특히 나에는 즐겁게만 살다 갔을 것 같은 큰 인물도 결국 한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번뇌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알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나는 큰 인물들 앞에서는 긴장해서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경향이 있었다. 왠지 그들과 나의 인생은 넘지 못할 큰 선이 있은 것처럼 느껴졌었다.


시를 읽으며 그의 일생이 안타깝다기보다는, 인생의 선배로써 나에게 귓속말을 하는 기분이었다. 유명인이 아니라 가까운 선배에게서 개인 레슨을 받는 기분이랄까. 그건 앞으로 남아있는 삶에 최소한의 실패를 하는 법을 말해주는 보석 같은 가르침이었다. 수많은 업적을 쌓고, 큰 부와 명예를 얻은 세계적인 유명인이 70세에 쓴 시인데 오히려 일반적이라 특별하기도 충격적이도 했다. 여기서 일반적이라는 말은 내가 했던 고민을 그도 한 인간으로서 했다는 점이다.


<내가 정말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내가 정말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고통이나 괴로움은 단지 나에게 진실에 반해

살지 말라는 경고를 하려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오늘 나는 그것을 '삶의 진정성'이라 부른다.


내가 정말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을 때

누군가에게 나의 바람을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심지어 그 사람이 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나는 그것을 '존중'이라고 부른다.


내가 정말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다른 삶을 동경하는 것을 중단했다.

그리고 주위의 모든 것이 성장을 위한 격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 나는 그것을 '성숙함'이라 부른다.


내가 정말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항상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장소에 있었다는 것과

그 모든 것이 완벽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었다.

오늘 나는 그것을 '자존(self-confidence)'이라고 부른다.


내가 정말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건강을 위해 해로운 음식과 인간관계와 사물

그리고 상황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나를 위축시키고 나의 영혼을 소외시키는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오늘 나는 그것을 '자기애'라고 부른다.


내가 정말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느끼며 살기 시작했고

미래를 위해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일을 멈추었다.

나는 오직 나 자신이 선택해서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들

내가 사랑하는 일들과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일들을 하며

지금 이 순간을 산다.

오늘 나는 그것을 '단순성'이라 부른다.


내가 정말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가 항상 현명하고 옳다는 주장을 멈췄다.

오늘 나는 그것이 '겸손'이라는 걸 안다.


내가 정말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과거에 붙들린 삶과 미래에 저당 잡힌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발을 딛고 오늘을 산다.

오늘 나는 이것을 '충만함'이라 부른다.


내가 정말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내 마음이 나를 상처받게 할 수도 있고

나를 아프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 마음과 연결되었을 때 나와 내 마음은 동반자가 될 수 있었다.

오늘 나는 이 연결을 '마음의 지혜'라고 부른다.


내가 정말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더 이상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논쟁과 대립과 여러 문제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별들도 언제나 충돌하며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그것은 그 순간 가장 적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나는 알고 있다.

그것이 온전한 '나의 삶'이라는 것을.


- 찰리 채플린 Charlie Chaplin



이경규 선생님도 <농담>이라는 책을 통해, 나름의 삶의 지혜를 말하고 있다고 본다.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이라는 부제처럼 결국 일생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고통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 때로는 웃음과 코미디로 승화할 수 있는 초연함. 밝고 생기 있는 삶, 그리고 중요한 건 희로애락으로 점철되는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 그러니 인생은 농담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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