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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5] 셀프 코칭 84. 세대교체

by 벨플러 Miyoung

세대교체. 요즘 들어 이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며칠 전 최불암 선생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얼마 전, 미술계의 은사님과 TV프로그램을 찍어서인지 더더욱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한국인의 밥상>은 내가 유일하게 시청했던 프로그램이다. 최불암 선생님이 한국 곳곳을 실제로 방문하며 음식문화를 소개한다. 버스를 타고, 또는 기차를 타고 가는 과정에서 이미 선생님의 구수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기차의 창밖으로 비치는 풍경조차도 나에게 향수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매일이 쳇바퀴처럼 빈틈없이 지나가는 현대인들에게도 휴식 같은 시간이었지 않았을까.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 들어 주위에 부고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프랑스 친구는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셔서 한국에서의 생활을 미련 없이 접고 프랑스로 떠났다. 우리가 잘 아는 송해 선생님도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 연세가 있으시니 언젠가는 모두 각자의 때가 있기 마련이다.


얼마 전, 어버이날에 지인에게 물었다. “이번 어버이날에 어디 가세요?” 별 뜻 없이 이런 간단한 질문에 특별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 나이 때에는 양가 부모님이 안 계셔서 어버이날에 마땅히 갈 곳이 없는 분들이 많답니다.”

그러고 보니,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도 이제 부모님이 안 계신 어버이날을 맞았을 것이다.


‘엄마가 살아계실 날이 얼마나 될까?’ 어버이날에 들었던 생각이다. 유난히 핏기 없는 피부와 파란 홍채를 한 엄마의 모습이 이상해서 물었다. “엄마 피부가 왜 이렇게 노래?”

며칠 뒤 검사를 해보니 심각한 빈혈이었다. 다행히 금방 발견이 되어 수혈을 받았지만 혼자 사는 엄마가 걱정되었다. 여든이 넘은 연세에 홀로인 삶에는 신체의 아픔이 외로움으로 전이되고 있었다.


반면 20대 청년들과의 교류를 통해 나의 20대를 떠올리기도 한다. 하루아침에 새로운 건물이 생기고, 심지어 새로운 타운까지 생겨난다. 새로 생긴 건 생기 있고, 빛나며 깔끔하다. 세련된 디자인에서 오는 평온함까지도 있다. 생기 있는 것에는 외로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철학이야 어찌 됐는 새로운 것은 그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한다. 그런 문화가 세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여든이 되어, 앞으로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엄마의 세대도 그런 독특함이 있었다. 엄마의 10대, 20대에도 오빠부대가 있었고, 수줍은 여학생의 핑크빛 볼도 있었다.


세대교체는 필연적이고, 신선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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