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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Jul 27. 2023

듣는 사람

듣는 사람이 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그 순간에 집중하는 일임을 알았다. 지금 이순간. 명상을 처음 접했을때 만났던 에크하르트 톨레 님의 말씀이다. Here and Now! 지금 여기, 내가 있는 이 공간, 이 순간에 집중하기.

사람들과 대화에서 집중을 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주로 만나는 장소가 카페나 식당, 바bar이다 보니, 음악소리로 상대방의 말을 잘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테이블이 가까이 있으면 다행이다. 그런데 보통 적당히 떨어져 있으므로 음악소리가 크거나 옆 테이블의 대화 소리가 크면 나의 사람들과의 대화에 집중을 못한다. 그런 일이 일어날때마다 상대방의 대화를 상상을 한다던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던가 한다. 답답함은 이때부터 생기고 그 순간에서 벗어나 다른 생각을 하게된다. 말이 들리지 않으니 그냥 혼자 머리 속으로 헤매고 있을 뿐이다.


이럴 때면 표정이 굳어지고 더이상 흥미롭지 않은 대화 속에 내가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어제는 이런 악순환을 좀 벗어나고싶어 나의 태도를 고쳐보는 실험을 해보았다. 일단 나는 책을 써야하므로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모으는 중이다. 나의 입장만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 사람의 세상을 알아가는 일이 필요했다. 대화에 집중은 자연스레 일어났다. 음악소리때문에 잘 들리지 않으면 목소리를 높여 소리를 지르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는 그렇게 해서라도 대화를 이어나가야 모두에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에게도 좋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내가 대화를 해야할 의미를 부여하니 대화가 흥미로워지고 과한 음악소리를 넘어서는 목소리로 말할 수 있었다. 대화에 좀 더 깊이 참여하니 그때부터 사라졌던 웃음이 돌아왔다. 다운되었던 기분이 좋아지고 빠져버린 기운도 채워졌다. 이때 느꼈다. 대화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사실은 수다스럽다기보다는 그 순간을 살고 있음을. 그들은 정말 충만한 순간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대화 속에 자주 동떨어진 나를 발견했는데, 문제가 바로 무집중, 무현재, 무순간이었던 것.

‘지금 이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수다를 떠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음식점 라플랑크에서 은둔하며 따끈따끈한 프렌치 프라이와 홍합요리를 먹으며 깨닫기에는 그다지 로맨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좋다. 중요한 건 알아차렸다는 것.


글을 쓰기위해 여러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주제에대한 생각을 해야 소재가 떠오르기 마련인데, 필요한 소재는 한두개가 아니다. 또 시간이 지나며 신선한 소재가 흐드러지고 희미해져 더이상 흥미롭지 않은 채 저 멀리 해양심층수가 있는 곳까지 멀어져 버리고 만다. 그러니 어쩌겠나. 새로운 소재를 계속 찾을 수 밖에. 그때 필요한 것이 지금 이순간 이란 테크닉이란 걸 알았다.


어제의 지금 이순간으로 알게 된 것은 프랑스에도 라떼의 시절이 있고, 틴에이져라고해서 모두 BTS와 블랙핑크를 좋아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것.

틴에이저도 모래를 싫어하고 노을을 즐길 수 있다는 것. 그들의 이야기를  듣자하니 맑은 목소리에 신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어쩌면 어릴적 내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듣는 사람으로 사는 ‘지금 이순간’은 참 재미있는 시간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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