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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Jul 26. 2023

맛집에 관하여

맛집이 유행이다. ‘맛집‘은 나에게는 신조어 중 하나였다. 한국에 돌아와 맛집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그 집들은 TV에서 떠들썩하게 방영이 되었어야 했고, 그래서인지 대중이 인정하는 그런 맛있는 집이 맛집인 줄 알았다. 요즘은 맛집이 음식 뿐만아니라 분위기, 친절도, 교통의 편리함 등으로 ’분위기 맛집‘, ’친절 맛집‘, 교통 맛집’ 등 좋다는 의미로 여기저기 붙이는 듯하다. 어제 내가 간 곳은 ‘경치 맛집’, ‘향수 맛집’ 맛집은 정말이지 한두집이 아니다. 


다시 돌아와서 처음 나의 ‘맛집‘ 경험은 TV에 방영된 음식 맛집이었다. 음식을 맛보는 사람들의 환상적인 맛 리엑션은 대략 이랬다.

“정말 끝내줍니다!”

“세상에 입안에서 살살 녹습니다!”

“이런 맛은 어떻게 내는 걸까요?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것이 제 입맛에 딱이에요!”

모두 엄지 척을 하고 칭찬 일색이니 한치의 의심도 없이 방문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참사…! 함께 간 친구를 볼 낯이 없어 얼굴이 뜨거워졌다. 음식이 입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식당 주인의 무친절에 화가 났다. 그냥 그 자리에서 뛰쳐 나오고 싶었다.


이런 일을 두 번 정도 겪고 나니, 이제는 TV 상영 맛집은 거르고 가게 된다. 맛집은 TV 관계자들에게나 맛집인저기 나와는 거리가 멀다는 걸 알아버렸다.


이태원에는 맛집이 많다. 좋은 식재료로 좋은 맛을 내는. 내가 맛집이라고 하는 곳은 사실 음식이 다가 아니다. 물론 음식이 맛있는 건 기본이다. 식당의 청결, 인테리어, 주인과 종업원의 태도,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조화. 사실 나는 조화로운 식당, 조금더 나다운 표현을 하자만 자연스러운 식당을 좋아한다. 자연스러움은 보기에는 거리낌없고, 느낌도 부드러운 것인데, 이런 특징은 쉬울 것 같은데 쉽지 않나보다. 눈에 거슬리는 점들이 보이면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아서 음식을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게된다. 음식의 가격과 페어링되는 음료가 적당한지도 나에게는 큰 관건이다.


최근 우연히 간 곳이 있었다. 친구가 예약한 곳에 아무런 의심도 없이 갔던 게 화근이었는데, 친구가 한번은 가본 곳인 줄 알았다. 메뉴를 보고 놀라고, 바라던 음료가 없어 또 놀라고, 대체한 음료가 어처구니가 없어 또 한번 놀랐다. 겉만 화려한 곳. 그런 곳을 가장 경계하는 데 바로 그런 곳이었다. 아뿔싸! 어쩌지 생각하는 순간, 근처를 잘 알지 못하고, 우리는 그곳에서 나가면 한참을 뱅뱅 돌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실수를 했다. 뭐 이런 일도 일어나니까. 아니 이런 일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으니까. 우리는 음식이나마 맛있는 이곳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비싸지만 형편없는 음료는 남겨두고 재빨리 그곳에서 탈출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집은 그런 겉모습만 업스케일한 곳이 아닐텐데,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말끔하지 않은 생각을 뒤로 하고 근처 토이 샾으로 들어갔다. 예전부터 가보려던 곳이다. 드니 샾. 드니 캐릭터가 나온지는 이미 20여년이 되지 않았을까. 랜덤 박스로 배달되는 인형을 나란히 전시해 놓았었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소중한 존재들.


한때 매우 소중했던 인형들이 이제는 존재조차 잊어버리고 있어다니. 드니샾에 들어서서 회상했다. 우리가 좋아했던 것들이 정말 존재했던 것일까.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존재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은 남아있기는 한 걸까. 집착에 가까웠던 존재들은 이제 연기처럼 사라졌다. 삶은 그냥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맛집에 관한 집착이든, 신념이든 이 모든 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건 진리가 아닐까. 자연스레 함께했다, 자연스레 잊혀지고, 또 자연스레 다시 생각나는 드니처럼…. 이태원에 있는 드니 맛집에서 문득 자연스러움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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