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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Jul 30. 2023

그래픽

디즈니의 백설공주와 잠자는 공주를 모르는 어른 여자아이가 있을까? 어릴 적 친구집에서 본 동화책 전집은 두세개의 얇은 그림책말고는 번번한 책하나 없었던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모두들 숨박꼭질을하고 무궁화곷이 피었습니다를 할때 나는 동화책이 일렬로 쭉 꽂아진 책장 앞에 앉았다. 디즈니의 세상은 그야말로 핑크빛 가득하고 폭죽이 팡팡 터지는 세상이었다. 팔주노초파남보의 선명한 무지개색이 넘실거리는 꿈같은 세계였다. 밤 12시가되어 초췌한 현실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지만, 파티는 화려했고, 천사들은 온통 내 편이었다. 마녀의 마법에 걸려 영원히 잠이 든 줄 알았다가 때마침 멋진 왕자님도 만나서 행복하게 살았다. 나쁜 사람은 결국 벌을 받고, 주인공은 역경이 있으나 결국은 행복해지고야 마는 디즈니의 세상은 후련했다. 여덟살의 어린 나는 이 세상이 움직이는 이치를 이미 모두 알아버렸다. 그렇게 생각했다. 나쁜 사람은 벌받고, 성실히 살면 천사들이 나타나 큰 보상이 줄 거라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을까? 어른이 된 나는 그렇게 여전히 디즈니의 주문에서 살고 있나보다. 

이태원 골목길은 이곳으로 가도 저곳으로 가도 언제가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게된다. 오늘은 대문 한켠이 열린 듯한 큰 집을 만났다. 갈 곳이 있어 그저 지나치려는데 그 집의 대나무숲길이 눈에 들어왔다. 양 옆으로 빽빽하고 길게 자란 대나무숲길은 그저 눈으로만 봐도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듯해서 나도 발을 들여논다. 카페다. 한쪽 마당에는 대리석으로된 징검다리아래 물이 흘렀다. 가운에 벽에는 큰 폭포가 있어 물이 쏴아하며 시원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 더위를 날리기에 충분하다. 카페를 빠르게 둘러본 후 갈길을 다시 나섰다.


그래픽은 건물부터 작품같았다. 공사 중이었던 가림막이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시멘트 외벽은 밝은 색감이라 표면에 거친 일자형 굴곡이 있어도 따듯해보였다. 입구에 있는 정확한 구모양인 돌조각 옆으로 들어가 안내 데스크에 이르렀다. 직원의 간단한 안내를 받은 뒤 책 속 세상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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