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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Jul 29. 2023

더운날 걷다


호박이 무럭무럭 익어가는 뜨끈뜨끈한 여름날, 모두가 피서를 가는 주말, 나는 혼자 남아 머리카락을 한올한올 쥐어짜다가 못해 한 묶음을 쥐어 뽑으려는 찰라 서울 한바퀴를 돌아야겠다는 잘 진화된 뇌의 부름을 받들었다.

먼저 인사동으로 향했다. 일단은 내가 그려야할 뭔가를 구체화할 재료를 찾으러 갔다. 가기전 이 한많은 내 뇌의 부르심을 받았노라고 전시장을 지키는 선생님에게 신세한탄이라도 하고 싶었나보다. 얼굴을 보면 뭔가가 풀릴 것 같아, 쓰려던 글도 뒤로하고 달렸다. 당연히 가는 일에 또 이런 저런 전시회 작품들을 보며, ‘참 잘하셨어요!’를 속으로 외치며 겉으로 감탄사를 던진다. “정말 너무 예쁘다, 너무 잘 하셨네! 저건 어떻게 한 걸까?”

내리쬐는 태양빛에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아지랭이를 본 듯 하자, 다시 자리를 떳다. 그대로 있다가는 오늘 같은 날은 신발 밑창부터 녹아내릴 수 있다.


전시장에서 선생님은 먼저 온 작가님과 대화 중이었다. 근처에서 달달한 케잌을 사오시는 것도 잊어버리지 않으셨다. 그러나 요즘 나는 단 거에 중독된 사람처럼 눈을 뜨면 단 것을 먹고, 좀 쉬었다 단 것을 먹고, 배고파서 단 것을 먹는다. 칸디다 바이러스인지 뭔가 하는 녀석이 열심히 활동 중인 것이 틀림없다.

선생님께 내가 그려야할 그림을 이야기하다 답답해서 전시장을 튀쳐나갔다. 재료든 뭐든 걸으면서 찾아야 할 무언가가 있었다.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는 내적인 요소들을 찾아내야 했다. 형체없는 말을 하기보다 그 무엇이라도 비슷한 것이라면 찾아서 조금이라도 의미를 부여해야 했다. 열심히 여기저기를 걷다보니 역시 내가 찾고 있었던 것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왔다. 기억 속에만 있던 것과 같은 정확한 재료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비슷한 재료를 찾았다. 재료상분들께 내 머리속의 그것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으니 모두들 이야기 한다.

“이제 그건 없어요. 한국인의 정서와 맞지 않더라구요.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서 그런 시스템은 사라졌어요.”

‘아… 이런…. 먼저 큰 점이 있었는데 점점더 멀어지더니 먼지처럼 작아지는 기분을 느꼈다.’

‘여기에서 또 한국 정서가 나올게 뭐람..’

사람들의 눈은 비슷할텐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튼 그렇다고 하니 그런 것이다. 그래서 없어진 것이다. 그러니 원하면 자체제작을 해야한다. 지금은 시간이 부족하므로 있는 것에서 최선을 다할 수 밖에. 갈등은 근처 재료상에서 이런 저런 재료들을 구입하고 새로 그려야할 것들의 구상을 마치면서 끝났다. 이제 그릴 일 만 남은건가.

기쁜 마음으로 전시장에 돌아와 다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아침부터 일어난 일들을 상기하며 오늘 써야할 글을 생각하고 있었다. 친구와의 대화애서 난 결론을 내가 적용하고야 말겠다는 결심과 함께 말이다. 글 주제와 소재를 위해 골똘히 생가하던 찰라 시간이 벌써 두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아차! 오늘있을 강연에 가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이게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다.

오늘 쓸 글과, 오늘 보낼 이메일과 비즈인큐에서 맞이할 소중한 이야기를 생각하며 뜨거운 태양열을 온 몸으로 느꼈다. 덥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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