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플러 Miyoung Jul 31. 2023

동네 한바퀴


이태원을 속속들이 알고 싶으면 걷기를 추천한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 사이로 골목길을 걷다보면 새로운 풍경을 만나곤 한다. 봄에도 좋고, 여름에도 좋다. 가을에도 좋고 겨울에도 걸을 만 하다. 같은 골목길을 걸어도 계절마다 조금씩 바뀌는 풍경을 보노라면 소소히 변해가는 모습이 재미가 있다. 매 번 걷던 길을 벗어가 처음 가는 길이라도 내가 있는 곳은 알려주는 멀리 남산타워를 보고 방향을 잡으면 되니 그리 두려울 것도 없다. 


경리단 쪽 이태원은 잘 정돈된 느낌이들고 해방촌쪽은 조금은 어수선하나 자유로운 느낌이 든다. 같은 지역 다른 느낌이랄까. 고즈넉한 골목에 경비가 있는 곳은 유명 회장님댁일 가능성이 높고, 힙한 거리의 화려한 조명이 있는 곳은 요즘 뜨는 가게가 있는 곳일 가능성이 높다.


어딜가든 고유의 색이있고 어딜가든 새로운 장소가 나타난다. 코너를 돌았더니 갤러리가 나타나고, 계단을 걸었더니 카페가 나타났다. 이 곳에서의 산책은 미로를 걷는 기분이 들때도 있다.


걸으며 대문 구경을 하기도하고, 남의 집 화분에 핀 장미꽃도 한참을 쳐다보곤 한다. 담쟁이가 가득 찬 벽에서 사진도 찍어보고, 담넘어 달이 휘엉청 뜨기라도 하면 한참을 서서 달구경을 하기도 한다.


앞으로 걸어야 할 길목에 서서 사진을 찍다보면 그 길이 마치 내가 이제 걸어야할 인생의 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 길은 내가 걷고 싶은 길인지, 내가 걸어야하는 길인지, 내가 걸으면 즐거운 길인지를 생각하다 그래 결국 걸어야할 길인 것 같은 즐겁게 걸어보자라며 혼자 기분좋은 노래를 흥얼대기도 한다.


이왕이면 좋아하는 풀들이 잘 정리되어있는 길을 자주걷고 이왕이면 담넘어 달이 예뻐보이는 길을 자주 걷는다. 빨리 걷기도 하고, 천천히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걷기도 한다.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을 노칠세라 한참을 서서 핸드폰 메모장에 열심히 적기도 한다. 그러다 또 아름다운 꽃을 보면 핸드폰 카메라로 담아보고, 가끔씩 이어폰으로 로맨틱한 프랑스 음악을 듣기도 한다.


걷다가 예전에 살던 집을 지나치기도 하고, 친구 집 앞을 지나가기도 한다. 


동네 한바퀴를 돌다보면 이곳 저곳에 나의 발길과 손길이 닿은 곳을 한번씩 더 눈길을 주곤한다. 서울에서 동네를 걸을 수 있는 곳. 나는 이곳을 알게되어 좋다. 구석구석 많은 인연과 이야기들이 새겨진 곳. 오늘도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작가의 이전글 그래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