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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Aug 05. 2023

이태원 클라쓰의 청년들처럼

겨울날 경리단 입구를 지나 이태원의 중심거리로 걸어가는 중이었다. 멀리서 보면 언덕 하나를 넘어야 하는 모양새이다. 언덕의 가장자리로 평평하게 잘 닦아진 인도로 걸어 갈 수도 있고, 제법 경사가 졌지만 트랜디한 상점이나 레스토랑을 구경할 수 있는 그러나 간간이 지나가는 차와 오토바이를 피하며 걸어가야하는 언덕길로 갈 수도 있다. 편한 길과 재미나지만 불편한 두가지의 길이 있는 셈이다. 나는 때로는 편한 길을 이용하지만 주로 재미나지만 불편한 길을 걷기를 좋아한다. 후자의 길을 100미터 정도 헉헉 거리며 올라가면 도시 중심이지만 마치 산 정상에 올라온 듯 시원하게 펼쳐진 뷰가 있다. 바로 하늘과 남산타워와 차들이 있는 뷰. 이곳 정상에는 반대편으로 갈 수 있도록 이어진 육교가 6차선 도로 위에 덩그러니 떠있다. 이 육교가 그렇게 유명한 곳인지는 2020년 이었었나 그때 알았다. 수백명의 사람들의 육교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지나가던 행인1인 내가 목을 빼고 쳐다보니, 대부분이 20, 30대의 젊은이들이었다. 연인들과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남산타워와 육교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을 프레임에 담고 있었다. 나중에 아는 친구가 귀뜸해 주기를 그 곳이 성황리에 방영된 “이태원 클라스”의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티비를 안보는 나는 드라마의 제목을 들어는 본 듯한데 어떤 내용인지 알 수가 없어 구글링을 해보았다. 근처에서 본 포차 스타일의 “단밤”이라는 술집이 이 드라마 속 장소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었다. 육교처럼 이태원 일대의 길과 여러 장소들이 드라마 속에 배경으로 나온 모양이다. 어쩌나 지나가는 식당 앞에 “이태원 클라스”의 포스터가 붙어있으면 영락없이 배경이 되었던 곳이었다. 이태원에서 방송 촬영 차나 크루들을 종종 보는 이유이기도 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었던 ‘단밤’은 드라마속 주인공들처럼 왠지 청춘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꽉차있는 듯ㅎ다. 매번 지나갈때마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 보이기도 하고, 미래의 꿈을 공유하는 듯 희망에 차 보이기도 한다. 어느 시대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이슈는 끊이지 않는 숙제인가보다.


자연스레 육교 옆에 있는 타로, 사주 카페로 시선이 갔다. 이 곳에도 티비 속 유명인들이 다녀 갔는지 유리벽에 사진이 일렬로 붙어 있기도 했다. 그들도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물어보았을 것인데… 그 답을 얻었기를 바랄뿐이다. 질문 하나에  3만원이라고 했던 것 같다. 나의 외국인 친구 C는 한국을 떠나기 전에 꼭 이곳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C는 한가지 질문을 신중히 선택했고, 카페 안에 타로 마스터 분은 많이 이야기를 풀어 냈었다. 한국어를 잘 모르는 친구를 위해 대신 통역을 해주었는데, 나는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그 친구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 있다. 친구는 나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타로 마스터의 말을 진지하게 메모지에 적고는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운명을 이야기해주고 가야할 방향을 잡아준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또 의지가 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그때 타로마스터의 말 중 기억이 나는 건 2022년이나 2023년에 친구는 원하는 일을 결국 시작하면 좋다는 이야기였다. 


근수가 “강한 사람”이라고 한 말을 가슴 깊이 담고 있었던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처럼 우리는 누군가가 한 말을 한없이 믿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 말이 초석이되고 현재를 살아갈 힘이 되어주기도 하고, 불씨가되어 미래에 꽃을 피우기도 하니까. 친구의 경우는 그 누군가가 명리학과 타로를 공부한 한국 사람이라서 더더욱 그렇지 않았을까.  그도 그럴것이 타로라고는 말을 했지만 그녀는 먼저 친구의 생년월일을 토대로 타고난 기질과 사주팔자를 풀어주었다. 마지막으로 타로카드 몇 개 뽑아 친구의 운명을 말해주었는데 친구는 그녀의 말을 꽤나 믿는 눈치였다.


한국의 청춘들이나 외국의 청춘들이나 결국은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연인과는 어떻게 될 것이며, 직업은 어떠한지 등에 대한 고민 같은 것 말이다.


육교 위에서 남산 타워와 지나가는 차가 있는 도시의 야경을 담으며, 그들은 어떤 다짐을 동시에 담지 않았을까. 현재에 대한 고민과 미래의 꿈. 청춘들이 걸어야 할 길이 평지든 언덕 길이든 힘차게 응원해주고 싶다. 나도 한때는 그들처럼 20대였고 고민이 있었고 꿈이 있었으므로.


친구는 타로마스터의 예언과는 조금은 다르게 그러나 또 비슷하게 현재 파리에서 여러 카페의 메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우리는 미래를 만나기위해 현재를 살아가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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