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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Aug 06. 2023

한광교회


서울에는 높은 곳에서 도시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이 몇몇있다. 과거 내가 살았던 27층 아파트에서는 바로 옆 미군부대의 내부가 속속들이 보였다. 500미터 정도 떨어진 건물 위에서는 밤새도록 광고 영상이 대형 스크린으로 돌아가고 있고, 그 너머 도시의 크고 작은 빌딩이 옹기종기 보이기도 한다. 또 30층에 위치한 친구의 아파트에서는 맞은 편 15층즈음 되어보이는 90년대나 2000년대 초에 지어진 아파트들의 단지가 보인다. 이 곳은 볼때마다 나는 왠지 빌딩 끝 어디엔가 배트맨이 앉아 도시의 불랑아들을 찾고 있을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광교회는 이태원의 꼭대기에 있다. 보광동과 한남동의 경계선 즈음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곳에서는 서울이 한 눈에 들어온다. 특히 한강을 비롯해 강남, 잠실 롯데타워, 그리고 그 뒤를 훤희 볼 수있다. 꼭 크리스쳔이 아니어도 근처를 지난다면 잠시 한광교회 건물 뒤에 있는 주차장에 들러 서울을 감상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특히 노을지는 저녁이면 황금색 하늘이 빨갛게 변했다가 분홍색으로 물드는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꼭 이곳에서만 서울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이태원은 평지와 언덕이 형성된 지형의 반복이다. 올라갔다 싶으면 내려가고, 내려가서 평지를 걷다보면 어느 덧 올라가고 있다. 한광교회는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가까이 한강과 멀리 강남과 그 뒤로  둘러싼 산을 볼 수 있는 뷰가 있다. 나는 근처에 약속이 있으면 가끔 이곳을 들르곤 한다. 별처럼 빛나는 한강다리와 초저녁 도시의 불빛은 그 어떤 사진보다 감동적이고, 그 어떤 명화보다 아름답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한광교회에서 저 멀리 한강다리 건너는 수없는 차들의 불빛을 보고 있노라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 듯 초조한 마음이 느껴진다. 모두 가족과 행복한 저녁시간을 애태우며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갓 결혼한 신혼부보

몇십년 같이 산 부부

나이드신 부모님을 모시는 사람들 등


이태원 일대에서 밤 산책을 하다보면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특히 하얗고 빨간 교회의 십자가들을 보다면 이태원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영혼들을 떠올리곤 한다. 사건 후 한달여 동안 먹먹해져서 도저히 그 곳으로 지나갈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 그럴때마다 유난히도 밝게 빛나는 십자가를 보며, 유난히도 반짝이는 도시의 풍경을 보며 기도했다.

모든 영혼들이 편안하기를…


삶과 죽음에서 우리는 참으로 숙연해지는 것 같다. 세상을 달리한 사람들의 영혼에 평안함을 빌어주고 살아가야 할 사람들은 죽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나는 언제부터인가 아침에 눈을 뜨기 전에 기도를 한다. 오늘 하루를 주심에 감사하다고, 오늘 하루도 잘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나의 현재와 미래. 과거가 현재와 미래에 미치는 영향. 나의 현재가 오늘의 삶에 미치는 영향, 내일이 삶에 미치는 영향. 오늘 나의 하루는 과거의 총집합체라 했다. 그러니 미래를 위해 오늘 하루를 감사히 힘껏 정성껏 살아야겠다.


한광교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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