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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Aug 07. 2023


“아빠, 전 어쩌면 좋죠?”
 “집으로 가”

“그게 어딘데요?” 

“네 마음이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곳이지.”

영화 <그녀는 요술쟁이> 중 주인공들이 나눈 대화이다.  


그들의 대화에서 내가 자주 했던 질문의 답을 찾은 듯하다. 시골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고 있다. 해외에서 산 경험도 있다. 

도시에서 살때는 내가 태어나 자란 시골이 그리웠고, 해외에서 살 때는 시골 뿐아니라 한국의 모든 것이 그리웠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가족, 친구들. 한국 음식,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 한국어 등등 한국과 관련된 모든 것이 그리웠다. 물론 해외 현지 나라의 친구들과 음식, 문화를 발견하고 적응해가는 과정도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기도하다. 그러나 사람은 언제나 즐겁고 재미있기만 하지는 않나보다. 한 곳에 익숙해지면 이 전에는 세상 그 무엇보다 신기했던 경험도 평범해지기 시작한다. 그럴때면 가끔씩 과거가 그리워진다.


이태원에는 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타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그들이 한국에 온 이유는 여러가지겠다. 이제는 한국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서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가 되었다. 한국으로 발령난 회사 임원들도 있지만 전쟁지역이나 열악한 환경을 피해 도착한 난민들도 가끔 보게 된다.


그들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그들도 지낼 곳을 찾아 나서다 한국으로 왔을 것이다. 그들이 마음으로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곳이 한국이 될 수 있을까. 이태원에는 여러 국가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산다. 그래서 문화도 여러가지다. 


이태원의 이슬람 사원 근처에는 할랄 음식점과 해당 식품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있다. 그 옆에는 게이클럽이 성황리에 영업을 하고 있다. 그 옆에는 인도 음식점이 있고, 터키식 디저트를 파는 커피샾이 있고, 그 옆에는 프랑스 음식점, 멕시코 음식점이 있다. 다양한 문화가 있는 곳이 이태원이다. 이곳에서 외국인들은 서로의 각기 다른 문화를 존중하며 나름대로의 규칙으로 살아가는 듯하다. 그 모습이 서로 어울리지 않을 듯 하면서도 잘 어우러져 있다.


그들에게 마음이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곳이 이태원일까. 그들의 집이 이태원이 될 수 있을까. 마음이 행복한 공간은 겉모습이 그럴싸하고 실내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는 곳일까? 나는 여러가지 생각끝에 떠올렸다.그렇다. 집은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 맞다. 겉모습이 그럴싸해보이지 않아도 실내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지 않아도 마음이 행복하다면 그 곳이 집이 아닐까.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지옥이라면 그건 집이 아니지 않을까. 이런 경우에 당장 집을 찾으러 떠나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바로 마음이 행복해 지는 곳. 그런 곳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인들 중 해외로 입양되었다 돌아오는 친구들이 있다. 수십년이 지난 후에 그들은 어쩌면 본연의 집을 찾아 돌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뚜벅뚜벅 무대 중앙으로 나와 헤어진 부모님을 찾는 그들의 담담한 노력을 볼 때마다 나는 그저 숙연해졌다. 내 주위에 그들과 닮은 사람이 있으면 방송국으로 바로 연락을  할 수 있도록 얼굴을 머리속에 메모하고 또 메모했다. 겉모습은 한국인이지만 외국인인 그들이 한국에 도착해서 짐을 푸는 곳이 이태원이다.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러니 이태원은 특별히 의미있는 곳이기는 하다. 모든 인종과 국적, 종교를 받아들이는 곳. 외국인뿐만아니라 요즘 청년들의 다양한 색깔을 받아 들이는 곳.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 이태원은 어쩌면 모두의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태원에 터를 두고 사는 외국인들에게 마음이 편한지, 행복한지 묻고 싶다. 이태원에서 자신의 색을 펼치는 청년들에게 마음의 집에서 행복한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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