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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Feb 26. 2023

말습관 바라보기

아저씨



지난번 결심한 이후 매순간 말하는 습관을 바라보기를 연습했다.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나는 어떤 억양으로, 어떤 태도로, 어떤 말을 하고 있는가.

대화를 하는 순간순간 내가 하는 말의 에너지를 바라보았다. 말은 입술에서 세상 밖으로 터져나가는 소리를 가진 언어자체로만이 아니라 에너지가 있음을 안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울림, 밝고 어두운 명암, 노랑 빨강 파랑과 같은 색깔, 따듯함과 차가움의 온도, 강함과 약함의 세기, 등 말이 나가는 그 짧은 순간에 이 모든 에너지가 함축되어 세상에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전에도 내가 하는 말습관을 바꾸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말의 어휘를 바꾸어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예를들면 택시나 버스를 운전하는 남성분을 부를 때 아저씨대신 기사님으로 바꾸기. 이 아저씨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그저 어떤 것에도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언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일어난 사건으로 그건 그리 예의바르거나, 소위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중립적인 단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어느날 도서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모두 조용히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데, 한 남성이 전화통화를 하는 건지, 혼잣말을 하는 건지 계속 궁시렁거린다. 궁시렁거리는 음성이 점점더 커지더니 그의 말이 명확히 들리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대화가 아니라 전화기 속 상대와 화가나서 말을 하는 건지, 싸우는 건지 둘중 하나였다. 어찌됐든 그의 말소리가 커서 조용히 생각을 하고 있는 나의 심경을 건드리는 것이다. 

‘아니, 저사람은 왜 저러고 있지? 근데, 다른 사람들은 거슬리지 않나? 왜, 아무도 아무말을 하지 않고 있지?’

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계속되는 그의 큰소리 대화에 신경이 곤두선 나머지, 나는 짐을 챙겨 그 자리를 벗어났다. 처음엔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역시나 나의 느낌이 적중했나보다.

다음번에 도서관에서 그 사람과 다시 한 공간에 있게 된 것이다. 근처에 사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는 뭔가에 누군가에 항상 화가 난 사람처럼 그날도 화난 중얼댐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도 아무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사실 처음 내가 그를 만났을 때 자리를 피했을 때 도서관입구의 안내데스크로 향했다. 타인과 더 이상 정면으로 대치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에 대한 민원을 접수했다. 뒤로 살며시 불만을 토로하는 것 같아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았으나, 내 행동을 바꾸고 싶었다. 유쾌하지 않는 상황을 이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날 나의 민원이후 도서관 측에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알길은 없다.


이번에도 조용히 민원을 넣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뀌지 않은 현실이 답답했고, 잡음이 끊임없이 들리는 이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과 이 상황에 말할 수밖에 없는 짜증이 솟구쳤다. 사람들은 모른 척 제 일만하고 있고, 그 사람은 세상을 향해 큰소리로 욕을 포함한 온갖 부정적인 말을 내뱉고, 정말 나로선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에게 다가가 여전히 떠들고 있는 그에게 말했다.

“아저씨, 좀 조용히 해주세요. 아니시면 안내데스크에 말할거에요,”

나의 목소리에는 심지가 있고, 단호했다.

‘아저씨’가 순간 당황해서 알았다며 입을 다물었다.

나는 자리로 돌아와,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한 승리의 전사마냥 잠깐 기분이 들떠있었다.

‘그래, 그럼 그렇지! 내가 잘한거야. 얼마나 평온해. 이 조용한 분위기, 바로 이거지!’

그런데 그런 기분도 잠시...

이건 또 무슨 일인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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