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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Feb 26. 2023

말습관 바라보기2

아저씨 2

2.26. 말습관 바라보기2 – 아저씨 2

‘아저씨’가 내게 다가왔다.

단단히 결심한 몸짓이었다. 힘찬 걸음걸이, 쭉 나온 턱과 높게 들이친 얼굴.

“이것봐요! 아가씨!, 아가씨 자판소리 때문에 집중이 안되잖아요! 아저씨? 아저씨라니? 내가 어딜봐서 아저씨야?”

‘엥? 이건 또 뭔소리??’

내 자판소리가 그리크게 날 리가 없다. 자판을 두드려 난타 공연을 하는 것도 아니고, 번개처럼 자판을 두드리는 것도 아닌데! 아니 설사 그렇다치더라도 이건 도대체 뭔소리?? 거기에 아저씨가 어떻고, 저떻고... 그런 말이 왜 나오는 거지??‘

나는 너무 어의가 없어 그를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마스크를 반쯤 벗은 채 서있는 그의 코에서 풍풍거리며 김바람이 쏟아지는 듯했다.

‘참내... 이건 또 무슨 상황?’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아저씨’와는 말을 통할 것 같지 않음을 단번에 알아차리곤 획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닫고 밖으로 나와버리는데에는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때 또다시 큰소리가 들렸다.

“아니! 지가 내가 아저씬진 아닌지 어떻게 알아? 봤어? 봤어? 봤냐고?”

그의 말이 도대체 앞뒤가 맞지않고 어의가 없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온뒤 안내데스크로 향했다. 방금 전 상황을 말을 한 뒤, 담당자와 함께 내 자리도 돌아가 짐을 챙겨나왔다.

엥?

이상한데?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이런 생각을 하셨을테다.

‘아니, 누가 짐을 챙겨 나왔다는 말이야’

네네 맞습니다. 바로 저에요.

아저씨는 멀쩡히 그 자리에 있고 제가 그 공간에서 나왔습니다. 

도서관 관계자의 권유로 그냥 그렇게 했습니다. 이 어의 없는 상황은 이러 했습니다.

도서관 관계자 왈

“아, 그 사람이요, 잘 알죠. 좀 제 정신이 아닌 분이에요. 말이 통하지 않으니 그냥 아가씨가 그러려니 하고 신경 쓰지 마세요. 아가씨 짐을 챙겨서 나오세요. 같이 갈게요.”

나는 또다시 어이가 없었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 보통 피해를 끼친 사람에게 주의를 주고 시정이 않되면 퇴관을 시켜야 되는 일 아닌가?


상황이 내 맘대로 돌아가지 않았지만 나는 그런 부정적인 일에 더 이상 에너지를 뺏기도 싶지 않았다. 나는 내 할 일을 했고, 더 이상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았던 것.


짐을 챙기고 한층 밑으로 내려와 나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마음을 추르렸다. 다시 할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그 도서관 관게자 분이 다가와서 한마디 하신다.

“조금 전의 상황은 제가 사과드릴게요. 마음 푸세요.”

손에 든 껌 하나를 스윽 내밀며 그가 말한다. 

껌과 그의 말이 눈과 귀를 두드리더니, 나를 어벙벙한 상태까지 이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이 분은 나에게 뭘 사과한다는 말이지? 그 사람을 대신해 사과한다는 것인지, 자신의 태도에 대해 사과 한다는 것인지? 그리고 그 ’사과‘의 의미로 내민 이 껌은 뭐지? 나는 받고 싶지 않은데?’

나는 몇 번 눈을 꿈뻑인 후 그가 내민 껌을 받고는 알겠다며 짧게 말을 하곤 고개를 돌렸다.


이 어의 없는 상황에서 그만 빠져나오고 싶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으나(내 기준에서), 그냥 묻어버리고 싶었다. 에너지를 아끼고 싶었다.


그 날, 집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는 뭘 한거지?

왜 이런 상황이 애초에 벌어진걸까?

그래 그 ‘아저씨’가 시끄러웠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굳이 내가 나설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내가 나섰다면 어쩌면 나의 말투에 문제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 ‘아저씨’의 말대로 그는 ‘아저씨’가 아닐 수 있다. 나는 알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니 차라리 이렇게 말을 시작했어야 했다.

“죄송합니다, 목소리를 낯춰주실 수 있으신가요? 제가 하는 일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요.”

이런 식으로, 아주 점잖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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