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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Mar 25. 2023

춘곤증


춘곤증이라고 한다. 하루종일 졸린다. 탄수화물 가득한 맛있는 카스테라를 먹기는 했다.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다. 오전부터 졸린다. 부드러운 카스테라를 먹기 전부터였을까. 아니다. 단연코 그 카스테라를 먹은 직 후부터 눈이 감긴다. 슬슬. 부드럽다 못해 미끄러진다. 잠속으로... 눈앞이 뿌여니 더 그렇다. 온 세상이 뿌옇다. 오늘 미세먼지 지수가 222 옐로우, 나쁨이다. 그런데 나빠도 너무 나쁘다. 졸리고 또 졸린다. 왜 이럴까? 혹시나 하고 안경을 닦았더니, 앗 이것은 또 무슨 일? 온세상이 말고 명쾌하게 보인다. 

‘이런!’ 세상이 뿌연게 아니라 내 안경이 뿌옇구만...

뿌연 안경으로 보니 세상이 뿌옇게 보였다. 뿌연 마음으로 보니 세상이 뿌옇다... 뿌연 생각으로 스크린을 쬐려보니 그저 뿌옇다. 써야할 글을 못쓰는 이유였다. 몇시간째 도서관에서 허송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해봤자 소용없다. 점점 강박에 빠져든다...

‘하...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할까?’

써야할 글은 많은데 도대체 글이 써지지 않는다.

“자자! 잘 분석해보자!”

글이 안써지는 이유 첫 번째 잠이와서. 그래 잠을 깨러 바깥 공기도 마셨는데, 왜 이렇게 잠이 쏟아지는 지 모르겠다. 정말 지인의 말대로 춘곤증이 맞을까?


둘째. 써야할 글은 다분히 객관적인 정보가 들어갈야 할 터, 그냥 아무렇게나 막 쓸 수는 없는 것이다. 졸려도 정보를 그것도 검증된 정보를 찾아 써 넣어야하다. 이런 종류의 글은 학습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글이다. 그러나 구성상 꼭 들어가야 할 듯하니  뺄 수도 없고 아... 정말 난감하고, 재미가 없어진다. 아니, 사실 재미가 없어진다면 


써야할 글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도서관을 뛰쳐나왔다. 일기를 쓰거나 독백적인 글이 아니다. 지금의 나의 정서와 거리감이 느껴진다. 스스로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래서 그냥 뛰쳐나왔다. 앞뒤 가리지 않고 주섬주섬 최대한 빨리 짐을 챙겨 나왔다. 창수린으로 향했다. 창수린의 과거 내가 후암동에서 지낼 때 가끔 가던 태국 음식점이다. 태국 아주머니가 요리솜씨가 어느 고급 레스토랑의 유명 세프보다 훨 낫다.


아주머니의 정성 가득한 춘권을 먹으며 생각했다. 춘곤증을 이겨내는 방법, 아니 글을 잘 쓰는 방법. 겨울철 소금부족 때문이란다. 설탕 금지, 소금물 마시기 프로젝트를 다시 해야겠다. 아니, 아니, 글을 어떻게 잘 쓰냐고... 잘 쓰려고 하니 잘 안써지지. 내 글이 이상하다 생각하니 당연히 글이 잘 안써지지. 스스로 비판하고 한계를 짓고 있으니 글이 안써지지.


아니, 어떤 작가는 철자법이 틀리는 글을 쓰고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작가도 있는데 뭐. 그냥 내 생각을 까맣게 채워나가보자. 혹시 아는가. 쓰다가 또 좋은 영감이 떠올라서 핫한 글을 쓰고 있을지.



그러니 강박은 그만두고, 일단 뭐든 쓰는걸로 하자. 쓴다는 말이 부담된다면 기록이라고 생각하고 자판을 두들려보자.


춘곤증에 대해서는 일단, 소금물을 믿어보기로 했다. 겨울내내 부족했던 소금을 채워가는 걸 실험하는 걸로.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이제 기록을 해야하니까.... 무엇에 대해 기록을 할까 생각해보니,,, 한계. 스스로 한계짓기를 그만하는 것에 대해 기록해봄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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