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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Aug 19. 2023

이태원 클라쓰

말로만 듣던 이태원 클라쓰를 보게 되었다. 티브이가 없으니 특별히 아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고 특별히 티비 드라마에 별 관심이 있지도 않았다. 특히나 감정 소모가 많이 되는 드라마물은 더더욱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이태원 클라쓰의 주제곡이 유행하고, 주위에서 너도나도 이 드라마 이야기뿐이어서 궁금하긴 했었다. 그러는 찰나, 얼마 전에 보게 되는 기회가 생겼다. 먼저 제목을 이태원 ‘클래스’가 아니라 ‘클라쓰’라 표기한 것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했다. 왜 하필 클라쓰일까? 레트로가 유행하니 과거 60-70년대의 영어 표기법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아니다. 젊은 청년들의 이야기였고, 그들이 세운 회사이름이 그랬다. ‘클라쓰’라.. 재미있는 표현이다라는 생각도 잠시 영어로 이니셜을 ‘IC’로 한단다. 순간 빵 터졌다. 아 하하하! 아이씨라니… 이건 또 뭔가? 진지한 내용에 유머를 더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그뿐 아니라 이태원 클라쓰는 초입부터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그게 바로 학교폭력이었던 것. 어느 나라든 10대는 가장 무서운 존재들이다. 나도 이제와 지나온 그 시절을 떠올려 보니 그때가 가장 거칠었던 시기였음을 알게 되었다. 꼭 학교에서 내가 폭력의 당사자가 아니었어도 그런 비슷한 일은 같은 학년이 아니더라고 한 학년 위의 선배나 후배에게서 일어나기도 했었으니까. 우리는 어쩌면 그때부터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친 10대를 지나 방황하는 20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에서 나를 보기도 했다. 그때 그 시절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회상해 보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공통의 고민을 하고 사는 듯하다.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할 일은 무엇이며, 이 세상은 왜 이리 불공평하며,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관한 고민들 말이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30대에도 40대에서 50대에서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나의 경우는 그렇다. 그래서 늘 같은 숙제를 하는 듯한 느낌. 그래도 어릴 적에 진지하게 고민했던 사람들은 이후 훨씬 나이가 들었을 때에는 조금 덜 고민을 하고 살지 않을까.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며 그들이 했던 치열한 고민과 겪었던 고통이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속에는 극적인 요소가 많기는 하다. 현실 속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감옥에 가지는 않고, 악당에게 납치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한 가지 정말 배울 점이라면 극 중 인물의 치열한 삶이었다. 매일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묵묵히 해결해 나가는 사람들 같다고나 할까. 청년이지만 나보다 어른 같이 보였다. 청년이지만 나보다 더 세상을 잘 아는 사람 같아 보였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술이 달아서 ‘단밤’이라는 포차를 차린 주인공. 추억은 그렇게 계속 우리의 가슴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날 살아서 숨 쉬는 생명체 같다. 아버지와의 추억, 어머니와의 추억, 형제자매들과의 추억, 그리고 친구들과의 추억… 이 추억이라는 녀석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존재이기도 하다. 어느 비 오는 날 갑자기 옛 일이 생각나서 혼자 울어보기도 하고. 단밤에서 오래된 친구와 소주를 마시며 추억에 빠져보기도 하고…


이태원 클라쓰를 보자니 극 중 장면들이 근처에 있는 거리이고, 근처에 있는 루프탑이고, 근처에 있는 계단이었다. 매일 보는 장소가 눈에 들어오니 극 중 인물들이 더더욱 살아있는 듯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 청년들처럼 현실의 청년들도 저렇게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겠지. 모든 건 노력의 결과이고, 고통은 경험이지 실패가 아니다. 주제곡 가사처럼 이제 다시 시작하고, 날개를 달아 날아보면 되지 않을까.


이태원에서 청년들이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해 나갔으면 좋겠다. 꼭 청년들 뿐만 아니라 나와 같이 길을 잃은 사람도 길을 찾을 수 있게 조금만 것부터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곳이 이태원인듯하다. 이태원은 그만큼 수용적인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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