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플러 Miyoung Aug 18. 2023

대화의 에너지


대화를 할 때 천 톤의 에너지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대화가 흥미가 없다던가, 말하는 언어가 달라 서로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던가..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면 당연히 서로를 이해를 못 할 것인데.

한 사람은 영어로 이야기하고 한 사람은 불어로 이야기하는 데도 이야기가 진행되는 곳. 그런 곳이 있기는 하다. 캐나다 몬트리올.

캐나다는 영어와 불어를 모두 사용하는 나라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두 언어를 유창하게 사용하고 살지는 않는다. 밴쿠버와 토론토와 같은 곳은 영어권이라 불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다. 물론 불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사람들은 있다. 그러나 이해하는 것도 사용하는 것은 현저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퀘벡주, 특히 몬트리올 시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와 불어를 모두 사용한다. 그래서 자주 영어와 불어가 동시에 들리는 경험을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데, 한 사람은 영어로 다른 사람은 불어로 이야기를 해도 대화가 가능하다. 또는 영어로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불어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경우를 자주 접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나처럼 처음 그런 상황을 목격했을 때 첫 번째로 그 낯설고 신선한 상황에 놀라고 두 번째로 그 여유로움과 능숙함에 놀란다. ‘어쩌면 세계적인 두 언어를 저리도 유창하게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하면서 감탄을 금하지 못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도시의 일원으로 살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어있을 때… 그때 나 또한 과거의 그들의 모습을 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때 놀란다. 첫 번째로 나 또한 그런 경지에 다다름에 대해, 두 번째로 두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익숙함에 대해서.


상대의 언어를 이해하는 행위는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행위가 아닐까 한다. 그만큼 상대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겠다. 귀 기울여 상대가 하는 말에 집중하고, 상대의 감정에 집중하고, 상대의 생각을 궁금해하고,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는..


이태원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이태원역에 내리기만 해도 이미 신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언어를 직면하다. 영어, 불어, 아랍어, 중국어, 일본어 등등. 사람들의 언어는 다르지만 표정은 비슷하다. 모두 이태원에서 특별한 만남을 가지는 듯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준비를 단단히 하고, 행복한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내기 위해 한껏 들뜬 마음으로 오는 듯 표정이 밝고 설레임이 가득하다.


요즘 이태원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젊은 청년들의 모임의 장소이기도 한 듯하다. 이들이 이태원에 오는 이유는 다양하겠다. 다양한 분위기의 바와 레스토랑, 흥미를 끄는 장소들이 있어서 이기도 하겠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나는 왠지 그들은 자신들을 표현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태원에서만 있는 특유의 자유로움이 있다. 어떻게 옷을 입든, 어떻게 화장을 하든, 타투를 하든 그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이태원은 그 모든 것을 어떠한 장벽이 없이 받아들여지는 곳처럼 보인다. 이태원의 이런 특징 때문에 젊은 청년들이 모이는 건 아닐까.


우리는 모두 대화가 필요하다. 청년들도 외국인들도 모두 대화가 필요하다. 자신들을 보여주고 표현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모든 과정이 나는 대화라고 본다.

스스로와의 대화. 달라도 되는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대화. 특별해도 되는 타인을 인정하는 대화.

이태원은 이렇게 대화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곳이다. 외국어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마치는 그런 대화의 에너지가 있는 곳. 그곳이 이태원이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숨 고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