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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Aug 17. 2023

숨 고르기

충격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할 일이 숨쉬기가 아닐까.  들이마시고, 내 쉬고… , 충격에 휩싸여 온 힘이 빠지고 기력이 없을 때, 숨이 턱 하고 막힐 때, 그때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 쉬고를 한다. 


점 점 눈앞이 맑아지고 긴장했던 어깨가 내려가고, 굳었던 얼굴이 서서히 펴진다. 잠시 후 비로소 세상이 명료하게 보인다.


충격적인 이태원 참사가 있고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근 일 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이태원은 멈춤! 의 시간을 가진 듯하다. 참사가 있었던 곳을 지날 때면 여전히 그날의 아픔이 느껴진다. 벽을 가득 채운 노란색 포스트잇, 정성스레 놓인 꽃다발, 잠시동안 묵념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 포스트잇에 쓰여있는 메시지를 유심히 읽어 내려가는 사람들, 떠난 영혼을 위해 기도의 글을 쓰는 사람들… 참사가 있었던 골목에는 아직 노랗고 하얀 아픔이 있다.



멈춤이 있은 후 이태원은 지금 심호흡을 하고 재정비를 하는 중이다. 숨 고르기를 하는 중인 듯하다. 할로윈 참사뿐만 아니라 코로나 19의 여파로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국경이 닫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숫자가 급격이 줄었었다. 서울의 주요 관광지를 비롯해서 이태원 관광지에도 외국인 방문객의 발길이 뚝 끊어졌었다. 내국인들도 발길을 멀리해 메인 거리에 있는 상점들이 문을 닫는 일이 속출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이었다. 이태원뿐만 아니다. 명동도 그러했고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했던 곳의 상황이 비슷했다. 이제 국경이 열렸지만 코로나의 여파는 여전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상권을 코로나 이전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이태원도 마찬가지다.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멈춤 이후로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빈 상점들이 보인다. 달라진 점이라면 그 빈 상점들이 과거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바bars나 옷가게였다면 지금은 20-30대의 내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베이글 카페로 바뀌었다는 것. 또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는 것.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라는 말이 있다. 충격으로 얼룩졌던 이태원이 이제 숨 고르기를 하며 변하는 듯하다. 주 관광객이 외국인에서 내국인으로, 또 10대, 20대들의 젊은 층으로 바뀌고 있다. 상점들도 발맞춰 국내 트렌드에 맞게 변화를 취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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