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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Aug 21. 2023

이태원 MZ 세대들

요즘 이태원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 내국인 2-30대 청년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보통 MZ 세대라 불리는 친구들이다. 내 기준에서는 보통 2-30대 청년들이 해당한다. 그들은 참 건조하게 말을 하곤 한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 왜냐하면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참 명료하다. 참 멋있다. 말 그대로 참 있는 그대로다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감정에 휘둘려 흔들리는 나는 갈대보다 더 연약하고 힘없이 보인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단단하고 하늘로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처럼 힘차 보이고 푸른 생명력으로 무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무표정의 대가이다. 하릴없이 웃고 마는 ‘라테’의 나랑은 매우 다르다. 그렇다고 그들이 웃지 않는다는 말은 또 아니다. 그들의 얼굴에는 부처님의 광이 난다. 과장이 아니다. 평소에 그렇게 부처님처럼 매우 온화하게 미소를 짓다가도, 어느 순간 ‘사실 난 이런 사람이에요’를 보여 주기라도 하는 듯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는다. 나는 중요한 순간(?)에 무표정을 표정으로 가진 MZ 세대들이 부럽다. 내가 가지지 못한 강점이라 그러할 수 있다. 그 중요한 순간에 매번 힘없이 웃어버리는 나와는 정말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이 부러운 나머지, 나도 흉내내기를 해보았다. 무표정해지기. 글쎄… 어땠을 것 같은가? 아하하하 역시나 잘 되지 않았다. 무표정이라기보다는 화나는 표정, 온화환 미소보다는 활짝 웃는 모습. 뭔가 중간이 없는 듯하다. 조금만 더 순화된 표정을 지으면 좋겠는데, 그건 조금 더 연습이 필요한가 보다. 


하루를 살았는데  이렇게나 여운이 많이 남는 날이 있다. 요즘 들어 그렇다. 아침에 눈을 뜨기 전부터 오늘 하루를 생각한다. 할 일은 참 많은 것 같고 생각도 참 많다. 생각을 지워버리는 연습을 하는데 생각을 지워버리고 싶지 않다. 남아있는 감정을 이리보고 저리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기도 하다. 조금 더 그럴싸한 모습으로 만들고 싶고, 조금 더 생생한 순간으로 남기고 싶다. 조금 더 오래 간직하고 싶고, 조금 더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다. 사실은 있는 그대로 보라는 말이 나에겐 참 멋없는 말 같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참 무미건조하지 않을까. 나는 내 삶이 때로는 파스텔톤으로 퍼지길 때로는 명도대비가 확실해 명료하길 또 때로는 청명한 색으로 팡팡 터지기를 희망하는데. 있는 그대로 보라는 말은 참 멋이 없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건 어쩌면 현상과 감정을 분리하라는 말일 수도 있겠다.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일어난 현상과 그 감정을 떼어내어 본다면 무미건조해질지언정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일희일비하지는 않게 된다는 말일 수 있겠으니 말이다. 나는 이태원에서 본 MZ 세대들이 그렇게 보인다. 각자 개성은 있으나 일희일비하지 않는 듯한. 타인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받아주고 인정해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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