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플러 Miyoung Sep 14. 2023

인생 네 컷

어딜 가든 스타벅스가 있는 것처럼, 어딜 가든 인생 네 컷이 있다. 커피 체인점이 아니라 셀프사진 체인점이다. 작년여름 외국인 지인 S와 이태원 중심가를 지나다 들어간 적이 있다. 어떻게 이곳을 알았는지 보자마자 신이 났다. 그렇게 좋냐고 물어보니 꼭 해보고 싶었던 경험이란다. 그러고 보니 프랑스에는 증명사진을 셀프로 찍을 수 있는 기계가 몇몇 큰 지하철역 주변에 있기는 하다. 급할 때 여권사진이나 증명사진이 필요할 경우 사람들이 이용한다. 배경도 단순해서 말 그대로 간단하고 저렴하고 빠른 시간 내에 사진이 필요할 경우 이용하는 정도이다. 반면, 인생 네 컷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배경과 이모티콘 기능 등을 지닌 사진 기계를 좀처럼 보기 어렵다. 10여 년 전이었나. 파리에서 한국이나 일본에서 볼 수 있는 스티커 사진을 찍은 적이 있기는 했다.  팔레 두 도쿄Palais du Tokyo에서였는데, 프랑스 친구들은 생애 처음 신기한 경험이라도 하는 듯 재미있다며 들떠 있었다.  당시에 나에겐 그리 새로울 것도 없었다. 스티커 사진은 이미 한국에서도 유행이 지났고,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기계에 지금처럼 화려한 배경이 준비되어 있거나, 사용할 수 있는 소품이 있거나 하지도 않았다. 



공간도 크지는 않아서 작은 부스에 친구 두세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그게 재미있었다. 평소에 하지 않는 얼굴 표정과 제스처를 취하며 깔깔대며 웃은 일은 프랑스나 일본이나 한국이나 똑같으니까.


요즘 청년들에게 스티커 사진이 유행인 것도 아마도 이런 재미 때문이 아닐까. 우아하고 깔끔한 증명사진보다는 재미있고 코믹한 순간을 남기고 싶어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경험에 이러 사진만 봐도 엷은 미소가 절로 나오는 일…


S의 권유로 들어간 인생 네 컷… 가름막으로 가려진 기계가 몇 대가 있는데, 이미 사람들로 꽉 차있다. 대부분 10대 20대 청년들이다. 기다리는 공간을 둘러보니 사진을 찍기 위한 소품들로 가득했다. 반짝이는 별모양의 머리띠, 꽃잎모양의 머리 장식, 요정이나 사용할 듯한 마술봉, 커다랗고 우스꽝스러운 썬글라스 등등. 심지어 사진 찍기 전에 화장과 머리, 옷매무새를 다듬을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작가의 이전글 이태원역 1번 출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