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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Sep 17. 2023

그냥 다시하자

식스해빗Six Habits(브랜든 버처드 지음)을 읽으며 공부하고 실천을 하기로 했는데, 책을 읽는 것마저 시간에 쫓겨 버거워하고 있는 내가 초라해 보인다.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관리를 잘하지 못해서 생긴 결과이다. 한차례 폭풍 같은 스케줄을 맞추고 이제 머리를 들어보니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하나씩 해나가면 되지만, 그중에도 머리를 혼미하게 만드는 과제? 가 있다. 리포트 쓰기. 


작문과 같은 이 리포트에는 그동안의 과정, 결과를 디테일하게 쓰는 것도 있지만 미래를 위한 계획과 나의 인사이트를 나름 설득력 있게 적어야 하므로 머릿속을 계속 돌리고 돌려야 한다. 에너지 소비가 상당하다. 그러는 가운데 또 쉽게 쉽게 인생을 살도록 만들어진 사람 유전자의 영향으로 나는 또 다른 일에 눈을 돌린다. 덜 중요한 일에 시간을 뺏기면 안 되지만 유혹을 그냥 넘기기가 정말이지 쉽지 않다. 아;;;ㅎㅎㅎ 그래서 어제도 잘 하다가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다. 그러고는 나름 또 변명을 하고, Plan B가 있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학대하는 걸 멈추고 마음을 편하게 갖기로 한다. 핑곗거리도 참 좋다고 본다. 인간은 자주 이런 식이라 한다.


주위에 천재들이 많다. 모두 어쩌면 그렇게도 아이큐도 좋고, 실제로 능력들이 출중하다. 가족, 친척, 친구들이 그렇다. 책 한 권을 10분 만에 읽어도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린 수학자가 대학교 수학과 학생을 가르치기도 한다. 게임만 하던 아이들은 모두 서울대를 갖고, 알고 보니 멘사 회원인 가족 멤버도 있었다. 모두 어쩜 그리 똑똑하고 잘났는지... 그에 반해 나는 머릿속이 정리가 잘되지 않을 때가 많다. 정리를 한다고 골똘히 생각해도 도저히 잘 정리할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게 되기도 한다. 모든 걸 간단하게 보는 이들에 비해 나는 모든 걸 복잡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뇌의 오른쪽이 너무 발달이 된 건지 뭔지... 그냥 나 스스로도 답답할 때가 많다. 그러면서도 심리 테스트를 하면 나는 초이 성적인 사람으로 나오기 일쑤다. 이건 뭐 감정이 없는 사람이라는 건지...


그럼 나는 오른쪽 뇌가 발달해서 감성적이나 왼쪽 뇌의 지대한 영향으로 감정이 없는 로봇이라는 말일까? 별 이상한 결론이 다 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이상하지도 않다. 과거 내가 한 테스트에서 마찬가지의 결과를 받은 적이 있다. 중학생 때였다.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또 고등학교 진학에 도움이 된다며 학교에서 서 적성검사를 한 적이 있다. 안갯속을 걷는 것보다 그래도 맑고 선명한 곳을 향해 걷는 게 나으니 참 좋은 검사라고 생각했다. 나는 1점이라도 높은 쪽으로 진로를 틀어 걸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결과는 참담했다. 나는 문과적인 사람인 동시에 이과적인 사람이었다. 점수가 똑같았다! 정말스럽고 혼란스러웠다. 난 도대체 어느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까???.... 고민 끝에 쉬운? 문과 쪽을 선택하고 지금 이런 내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결정이 오히려 나를 더욱더 문과형 사람으로 바꾸어 놓은 게 아닐까 한다. 별 쓸데없는 사람은 아닐지라고, 감성 하나는 어쩌면 더 발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좀 아쉽다. 논리를 따지면서도 논리적이지 않은 것 같은 나를 볼 때마다, 이성을 외치면서도 감성이 앞서는 나를 볼 때마다 많이 아쉽긴 하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내 주변인들은 물론 거의 모든 면에서 워낙 특출났지만 아주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서어 그럴 때마다 그들을 다시 보게 돼 곤 했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는 그들의 특별한 능력이 부러워서. 


흐트러진 책상을 정리하고 줄줄이 적혀있는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들 중 우선순위와 큰 그림의 목록을 추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일을 해나가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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