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자아 존중

오늘이 어제인 줄 알고 당당히 말했는데, 어제가 사라져 버린 줄 꿈에도 몰랐는데.

오늘이 어제가 아니라는 말에 어리둥절했다. 날자를 잘못 본 거다. 오늘이 오늘이 아니었다니. 그렇게 하루가 지워진 건가?

날씨가 흐려서 판단이 흐려졌다고 생각하기로 일단 핑계를 대고, 하하하 영혼이 사라진 너털웃음을 지으며 사무실을 나왔다.

그림 그리기는 오전으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요즘 익숙해져 버린 이곳에서의 나의 삶이 두렵다. 나는 이런 감정을 가지면 안 된다. 무언가 내린 결단은 실행으로 옮기기에 이토록 시간이 걸리는 게 말이 안 된다. 정말 그렇다. 왜 그럴까를 매번 생각을 하다 역시나 이곳저곳에 팔과 다리를 뻗고 있는 내가 보인다. 나에게 집중하자.

늘 외부로 시선이 가있는 내가 보인다. 그럴 에너지가 언제부터인가 생겨버렸다. 관계 속에서 늘 하는 실수인데, 이번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느낌이다. 관계에서 뒤를 세게 맞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황당해하곤 했던 내가 기억난다. 난 뭘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벌어진 일을 보면 참 의아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일은 항상 의도치 않게 일어나니 말이다. 이제 와 생각해 봐도 참 어이없기는 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 관계를 애초에 유지한 건 분명 나이기 때문에.

나에게 중요한 일이 있어도, 상대가 제안하면 열 일을 뒤로하고 상대의 일에 열중하는 모습. 나에게 집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말을 하면 두 귀를 열어 상대의 말에 배회하는 모습,

나를 위해 할 일이 있음에도 상대의 일을 더 열심히 하는 모습.

나는 결국 상대의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처럼 보인다. 다른 말로 하면 나에게 집중하지 않고, 괜히 타인의 감정을 더 생각하는 수고를 하고 있다. 내 일과 나의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습관은 어디에서 온 걸까? 물론 과거 어릴 적 가정에서의 일이 생각나기는 하다. 그 부정적이고 나에게 생산적이지 않은 습관을 떨쳐버리기로 했다. 의지가 필요하다. 남의 일 말고 내일에 관심을 갖기로 했다.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얻는 교훈은 분명 있어야 한다. 한없이 작아진 나를 키우는 일이 내가 할 일인데 말이다. 관계 속으로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사람과의 관계와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너무도 쉽게 어쩌면 깊은 나를 여실히 보여주어 쓸데없는 결과를 자초하는 사람이라는 깨달음이 왔다. 관계는 꼭 깊어야 유지되는 게 아니라는 걸 씁쓸하지만 알게 된 듯하다. 상황에 따라 배경에 따라 변하는 존재. 사실은 그런 가벼운 존재로 살아가는 게 맞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 깊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렇게 되면 되는 거다. 그걸 알면 상대에게 빠져드는 일은 아마도 일어나지 않을 수 도 있겠다.

빠져든다는 말은 존중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내가 버려야 할 덕목?이다. 나를 존중하는 건 내가 할 일, 타인을 존중? 하는 건 내가 하지 말아야 할 일. 아! 이렇게 말하면 오해하실 분이 계시기도 하겠다. 그럼 다시 설명을 드리자면..., 타인에게 집중하는 삶을 내가 하지 말아야 할 일. 어쩌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적응하는 내가 두려운 것처럼, 어쩌다 또 타인에게 집중하고 있는 내가 두렵다. 그러다 또 뒤를 맞을 뻔했다. 나를 존중하는 삶. 그게 내가 바라는 현실이다. 현실이 신이라는 말이 어쩌면 이런 뜻이 아닐까 한다. 

한 줄 요약: 나를 존중하는 삶. 그게 내가 바라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