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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Sep 22. 2023

진실일까?

바이런 케이티는 네 가지 질문을 통해 우리의 생각이 진실인지 묻는다. 감정이 올라올 때 그 감정이 “진짜야?”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형식이다.


나는 이 간단한 질문을 통해 많은 성찰을 했고 지금도 하는 중이다. 감정은 실체가 없다. 내 생각이 감정이 된다. 그저 훅하고 올라오는 감정도 결국은 무의식 저 깊이 자리 잡고 있었던 나의 생각에 의해서인 걸 안다.


약속시간에 늦을 위험이 있어도 버스를 선호하는 나는 오늘만은 지하철로 갈아타기로 했다. 오랜만에 타는 지하철이 약간은 생소하다(오랜만이래 봤자 몇 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버스보다 빠른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산 가까이 높은 곳에 살고 있는지라 지하철은 도시 한가운데로 내려가거나, 그 아래 지하의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곤 한다. 외국에 살면서 생긴 강박일 수도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은 외부에는 춥고 긴 겨울이 있는 반면 내부에는 편안하고 따듯한 지하세계가 잘 만들어져 있다. 쇼핑몰과 역과 역을 연결하는 길이 도시의 지하에 넓게 펼쳐져 있어, 겨울이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나도 항상 편히 이용하던 공간이다. 그런데 그 지하세계를 통과하는 지하철만큼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 바로 사람들의 표정 때문이었다. 지상에서 밝고 환하게 빛나던 그들의 얼굴이 지하철만 타면 어둡고 우울하게 바뀌는 듯하고, 눈빛마저 흑색을 띠는 듯하니, 마치 한순간에 사람이 이상한 세계로 들어와 세뇌된 느낌이랄까. 그런 암흑의 기운을 받곤 했다.


그 후로는 나는 지하철을 잘 타지 않는다. 지하실은 사람의 본성을 바꿔놓는다는 선입견이 생겨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 지하철을 탈 때면 늘 주위를 살펴야 했다. 어릴 적부터 생긴 습관이다. 지하철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당하는 추행이 반복이 되자 생긴 습관이다. 오랜만에 탄 지하철에서 인지를 전혀 하고 있지 않다가 어느 순간 정신이 번쩍 차려지는 이유다. 


“벨플러 정신 차려! 여긴 지하철이라고!"


순간 주위를 살피고 내가 안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그리고는 바이런 케이티가 제안한 질문을 해본다. 그 감정, 두려움이 진실이야? 진실이야?


하....! 아직 잘 모르겠다. 질문을 하고 계속 깊숙이 오래 들여다보아야 한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지만 그래도 계속해보고 싶다. 오늘 통화한 짝꿍과의 대화에서 그랬다. 끝까지 들여다 보기로... 들여다 보고 들여다보다가 완전히 깨어버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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