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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Sep 22. 2023

편의점표 테라스

여름 내내 이태원 편의점은 시끌 벅쩍했다. 가을에 들어서도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하다. 편의점표 테라스가 명물인 곳이 많다.

이마트 24, GS25, CU, 미니스톱, 711 그리고 우리 마트.

편의점과 마트의 본질은 물건을 파는 곳이다. 손님들이 땡그랑 소리 나는 입구를 열고 들어가 물건을 고르고 계산하고 나오면 되는 곳.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지역 편의점 앞에 사람들이 쉬어가는 걸 보게 되었다. 물론 다른 지역에도 이런 곳이 있긴 하지만 유독 이태원 지역에서는 이런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 그만큼 편의점과 마트가 많다는 이야기일 수 있고, 과거와 다르게 생활 모습이 바뀌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해방촌 길을 걷다 보면 강아지와 이마트 24의 테라스에서 맥주를 즐기는 사람, 함께 앉아 와인을 마시는 두 친구, 자전거를 앞에 두고 잠깐 쉬어가는 사람등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된다. 한국인, 외국인, 청년, 중년할 것 없이 모두 테라스에서 쉼을 가지는 중이다.


경리단 길의 711에는 더 큰 테라스가 있다. 그곳은 마치 정식 식당이나 바 Bars라도 되는 양, 제법 큰 테이블과 의자가 여럿이다. 지날 때마다 사람들로 꽉 차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편의점 도시락 메뉴나 술과 스낵등 종류가 다양하고 퀄리티도 좋으니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듯하다. 실제로 와인은 즐겨 찾는 내가 보아도 과거와 많이 다르 기는 하다. 최근 친구집에 가지고 갈 와인을 살 시간이 없어 편의점에 들른 적이 있다. 스파클링 와인이 샴페인처럼 브룻 Brut, 드미쎅Demi-Sec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어 구입해서 마셔보았다. 가격이 만 원대에, 맛도 샴페인 못지않은 것이 굳이 와인전문 매장을 이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괜찮은 와인이었다. 아마도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 와인 종류가 더 다양하지 않았을까.


경리단과 해방촌 사이에 있는 우리 마트도 편의점과 같은 분위기이다. 맥주와 와인을 사로 바로 마실 수 있게 꾸며진 곳이다. 이곳은 주말이면 라이브 공연을 하는 밴드를 만날 수 있다. 나는 우연히 지나다 알게 된 곳인데, 이미 SNS를 통해 소문이 자자한지 먼저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앉을자리를 찾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테이블 없이 서서 음료와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이기도 했다. 


이곳 편의점 테라스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드러난다. 편안해 보이는 표정, 미소가 띤 얼굴,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박장대소를 하는 사람들, 또는 진지한 대화를 하는 사람들. 모두 각각 다양한 표정이다. 그 안에 편안함이 보이는 건, 편의점표 테라스만의 특징 때문이 아닐까.


나도 선생님과 이마트 24 테라스에서 저녁 내내 그림에 대해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711 테라스에서 테라를 마시며 친구와 서울에서의 삶을 이야기했던 시간이 있었다. 편의점 테라스에 부는 바람은 유난히 더 청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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