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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Sep 24. 2023

상하이3

드디어 일요일이다. 일반 직장인이 아니어서 시간관리가 비교적 자유로운 내가 일요일이 좋은 이유는 그래도 주말이기 때문이다. 토요일 일요일 법정공휴일. 모두 나와는 크게 상관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주말이 주는 감성이 있기는 하다. 그냥 있기는 한 게 아니라 나 또한 주말에는 마음이 평온해진다. 모두가 일하는 주중은 나도 열심히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중압감이 들고 모두가 쉬는 날에는 나도 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주말이 맑은 하늘을 보여주면 금상청화이다. 그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에 피로도 선선히 불어오는 아침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가는 것 같다. 운이 좋게도 오늘은 맑고 파란 하늘이 있는 일요일 주말이다.

느지막이 눈을 뜨고 오늘 내가 할 일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 본다. 둘 중 무얼 먼저 할까를 생각하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음에 즐겁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요즘 매일 무지개와 엔젤넘버라고 하는 한 가지 숫자의 반복을 본다. 무지개는 꼭 하늘에 떠있는 무지개가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유리문을 통해서, 지나가는 길에, 시선이 닿는 곳에.. 버스의 번호가, 핸드폰의 시각 알림이...

처음 1111을 보았을 때 참 특이하다고 생각은 했다. 그동안 못 보았던 숫자의 조합이었으니까...

그 이후로 매일 222, 333, 444, 555 등과 같은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수개월째다. 


천사가 보내는 신호라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숫자가 있다. 어릴 적부터 나타난 숫자이다. 그 특정 숫자가 나에게 주는 의미는 밝고 긍정적이고 힘이 넘치고 뭐든 다 잘 된다이다. 그래서 어쩌다 나의 시선의 머무는 곳에서 그 숫자를 발견하면 나는 어떤 신호를 받고 있다는 걸 안다. 바로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될 것이며. 나에게 일어난 일이, 또는 일어날 일이 나의 행복을 위한 밝은 신호임을.

상하이에서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을 때, 깜깜한 어둠 속에서 유난히 눈이 부시게 찬란한 무지개색을 띠고 오직 나를 향해 돌진하는 나의 숫자를 만났다. 거대하고 힘이 넘치는 숫자가 내 안으로 사정없이 비집고 들어와 나를 둘러싸 누구도 침범할 수 없게 단단한 에너지 막을 켜켜이 쌓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내가 말했다.

“그래, 나에게 일어나는 이 모든 일의 의미를 지금은 잘 모르겠어. 그러나 분명 엄청나게 좋은 일인 건 맞는 것 같아. 오늘 나의 숫자를 보았거든. 그것도 아주아주 크게 나에게 다가왔어.”

나의 천사가 보내는 신호이다. 나만 아는 나의 엔젤넘버. 어제도 그 찬란한 무지개와 함께 보았다. 참 이상하기도 하지만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나만의 엔젤넘버를 본 다음날, 오늘도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할 수 있는 하루가 주어졌음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오늘은 또 어떤 엔젤넘버가 찾아올까 기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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