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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Sep 25. 2023

중간 점검

2019년에 한국으로 다시 왔으니 벌써 4년이 흘러간다. 5월의 끝자락에 대롱대롱 매달려 겨우 걸음마를 걸었다. 모든게 낯설었던 그때. 많은 이유를 찾아다녔던 그때...

그리고 2020년이 흘렀고, 21년이 흘렀고 22년 흘렀고 23년이 흘러간다.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에서 사는 게.


법당에 들어갈 때는 멀쩡히 맑았던 날씨가 나올 때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반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고 있어서 그랬을까. 비내리는 세상이 마치 저 세상처럼 낯설다. 어두웠지만 분명히 날씨가 맑았었단 말이다... 법당 안 황금 기운은 따스하고 고즈넉했다. 무음인 세상에서 나의 호흡소리만 간간이 났다. 아니다. 나는 숨을 쉬고 있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숨소리마저 사라진 법당에서 눈을 감았다.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절을 하다 앉아서 똑같이 눈을 감았다.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나 말거나 나는 내 머릿속을 여행하느라 바쁘고 고단하기도 했다. 질문을 했는데 답이 명확하지 않으니 눈사이가 찌푸려지기도 했다. 그때마다 숨을 다시 쉬거나 이마에 긴장을 풀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법당에서 나와 비오는 거리를 구경하다 도로에 발을 딛었다. 빨리 걸을까? 우산이 없으니 평소대로 걷다가는 머리와 옷이 비로 흥건이 젖을 수 있다.


맞은편에서 폴짝거리며 뛰어오는 여성을 보니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랬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엔 총총 걸음으로 빨리 걷는 게 상책이었다. 지나가는 강아지마저 목 줄을 팽팽하고 당기는 걸 보니 그 아이도 비가 달갑지 않은가보다.


비오는 거리에 노란 조명은 밤의 색과 오버랩이 되어 진한 여운을 남긴다. 빗방울이 가로등에 반사되어 별처럼 쏟아진다. 도로록 떨어지는 별을 주어서 겉옷 포켓 안에 몇 개를 넣고 다시 총총걸음으로 걸어간다. 슬리퍼를 신어 노출된 발가락 사이로 별이 스며드는 느낌도 난다. 초가을 공기와 맞닿아 시원한 듯 차갑다. 여름이 사라지는 중이다.


4년을 무얼하며 보냈는지 잘 생각해보았다. 나름대로 살기위해 아등바등 대었던 내가 보인다. 어차피 지나가는 세월인데 조금 더 신나게 살지 그랬냐고 스스로에게 말해보기도 한다. 위로를 한다면 ‘그래도 그 정도면 잘 살았잖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그게 정답일 수도 있다. 타인에게 건네는 말이였으면 나는 그렇게 말을 했겠다. 그런데 이제는 솔직해져야겠다. '4년동안 잘 살긴 했어. 정말 수고가 많았어. 그런데 조금 더, 아니 아주 많이 신나게 살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벨플러?'


자책하려는 게 아니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오력을 했었다. 그런데 조금 더 아니 아주 더 많이 신나게 살 수도 있었다는 말은 나에게 보내는 격려의 말이다. 나를 없애고 그냥 세상에 맡기고 살아가는 삶, 그런 삶을 살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서.... 지금 이 순간부터 내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임이다. 신나게 살아가는 것, 나 하고 싶은 것 신나게 하며 살아가는 것. 나에게 전하는 격려이다. 신나는 나의 삶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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