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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Sep 30. 2023

엄마 기억

어떤 기억들은 깊고 아득한 곳에 숨어있다가 머리카락을 스치는 바람의 온도가 바뀔 때, 고개를 내밀곤 한다. 밤바람을 맞으며 엄마의 집 마당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달이 저 곳 산 위에서 하늘 높이 덩그러니 떠있기도 하고, 저 멀리 바다 위에 떠서 보석처럼 잔잔히 일렁이는 파도와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기억이 고개를 내밀며 말을 건넨다. 저 달은 그리스의 그 바다 위에 떠 있었던 달과 같을까. 프랑스 남부 친구 집 근처 바다에서 본 그 달과 닮아 있기도 하네. 오늘밤 구름이 흥건한 하늘에도 달빛은 맑고 청명하다. 홀로 떠있는 달이 외로워보였을까. 지척에  초롱하게 빛나는 금성이 달과 어깨동무를 하듯 나란히 세상에 얼굴을 내민다.


엄마는 점점 쇠약해지고 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이 낯설지만 애써 못본척한다. 엄마는 여성으로의 자존심을 여전히 지키고 싶어한다. 젊었을 때 엄마의 활발하고 호탕한 성격이 기억이 난다. 그런 엄마도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어가는 모습이 나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언제나 연락만하면 대화를 할 수 있는 엄마가 이제는 빨리 사라지기를 바란다는 말을 가끔하곤 한다.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해도, 지금 당신의 모습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엄마가 안쓰럽다. 엄마의 마음이 평온했으면 좋겠다.


어릴 적부터 나는 엄마의 마음이 참 궁금했다. 성격이 너무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엄마는 늘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같았다. 엄마는 어떤 생각에 골똘히 잠겨 있을 때도 있었고, 말없이 집안일을 묵묵히 할때도 있었다. 세상 떠나갈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때고 있었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타나서는 매우 행복한 미소를 지을 때도 있었다. 엄마에게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에네지가 있었다. 호탕하고 덤덤한 성격때문일까. 외모에서 뿜어나는 세련됨 때문이었을까. 동네 사람들과도 자주 무리지어 다니며 화려한 횡보를 보이기도 했다. 


나는 그런 엄마의 인생관이 궁금해서 한참을 아무말없이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곤 했었다. 그럴때마다 엄마는 먹쩍은 표정을 지으며 뭘 그렇게 사람을 빤히 쳐다보냐고 한 마디씩 했다. 엄마는 막내인 나에게 특별한 관심을 두긴 했었다. 두살, 네살 터울의 언니나 그 위의 오빠들보다 어릴적부터 나를 살뜰히 살피기는 했었다. 예쁜 옷을 입혀주기도 하고, 긴 머리를 예쁘게 땋아주기도 하고, 파마를 해주기도 하고, 마치 인형처럼 가꾸지 않았을까. 그런 엄마가 언제부터인가 당신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동네 아주머니들과 자주 만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히 나는 혼자있거나 언니들과 따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엄마가 참 보고 싶었는데…아주 어릴적이었을 때 이후로 왜 엄마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번도 하지 않았을까. 나는 엄마와 함께 살았어도 늘 엄마가 보고 싶었다. 엄마와 함께 지냈어도 자주 엄마가 그리웠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나는 늘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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