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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Oct 03. 2023

아프지 말기

어제는 하루 종일 아팠다. 내 몸이 이렇게도 아플 수 있구나 하는 날이었다. 어떻게든 응급실까지는 가고 싶지 않아서 아등바등 했다. 병원은 나에게 정말 최후의 수단이다… 병원 경험이 좀 많아서 그런 듯하다. 여러번의 경험에도 이렇게 살아있는 걸 보면… 역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최고까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좋다는 생각은 든다. 이 나라에 있는 내가 얼마나 복받은 사람인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빠른 게 언제나 좋은 건 아니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고통이 힘든 거니, 하루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거니, 빠른 의료 시스템이 좋다고 본다.


이번에 또 심하게 아픔을 겪고나니 나를 또 돌아보게 된다. 그동안 몸에게 또 소홀했나? 나름 조심하고 아껴줬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아무튼 난 살아났다. 다행이도.


연휴기간이라 잔뜩 긴장을 했었다. 문을 연 약국과 의료기관이 많지 않으니까 말이다. 거두절미하고 사실 오늘 하려는 말은 따로 있다.


살다가 본가족을 보는 날이 가끔 온다. 나의 경우는 명절 때 주로 그러한데, 항상 이런 저런 생각만하다-나는 가족 구성원에 대한 생각이 많다-이번에는 생각의 전환을 해보기로 했다. 그동안 가끔 생각날때 마다 하던 건데 가족들을 만나니 더 연습을 하게 된다.


부모님과 형제자매들, 어릴적 우리는 모두 일곱명이 한 집에 살았다. 대가족이다. 내가 어렸을 적 엄마는 어떻게 그 많은 일들을 매일 하셨을까? 농사일을 돕고,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챙기고… 오랫동안 엄마에게 화가 나 있었는데, 어느날 내가 참 너무했다 싶었다. 엄마와의 이슈는 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생각해보니, 엄마도 처음엔 참 어렸구나라는 걸 알게 된 거다. 20대에 결혼해서 시댁 가족과 맞춰서 살기위해 애썼던 어린 여인에 불과했는데, 나는 그런 엄마에게 참 많은 걸 기대했었다. 


생각해보면 엄마도 하나의 몸으로 자신을 추스리기도 힘들지 않았을까. 홀로 감정의 롤러코스트를 타며 시댁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이어나갔을 어린 엄마가 그려진다. 어린 엄마뿐만아니라, 어린 아버지의 일생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있다. 오빠들과 언니들도. 


우리는 사실 각자 독립적인 존재인데, 함께 산다는 이유로, 함께하는 관계 속에 있다는 이유로 상대를 마음대로 판단하고 조정하려 든다. 그 사람은 나와 다른 존재인데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판단하려하고, 상처를 입고, 조정하려 하고…

관계 속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감정이겠다. 그러나 이 감정을 잘 조절하고 분리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하는 방법이 있다. 상황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 저 사람은 '말을 할 수 있는 동물'이다라고 여기는 것. 그가 하는 말은 나를 해치려하는 말이 아니라, 나를 위한다고 하는 말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 올라오는 감정은 내가 아니다. 부당한 말이라 생각되면 무표정해지자… 등등이 그렇다.


물론 매번 이렇게 감정을 조절할 수는 없다. 맥락에서 동떨어진 말을 들으면 보통 사람은 반응을 하지 못하니까. 그럴땐 어쩔 수 없다. 나의 감정이 가장 중요하니 기분 나쁜 표정이 지어질 수 밖에..


그런데 이런 상황이 올때마다, 분석을 해보는 건 중요하다. 어떤 점에서 나는 화가 났는지, 그렇게 화낼일인지, 상대의 입장에서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했을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미리 생각해 놓는 것이다. 적어보고 미리 말로 연습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내가 하는 방법인데,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각자 다른 존재라는 것. 내가 먼저 평온하고 친절할 것, 상대의 말과 행동에 휘둘리지 말것, 다음 상황에 대비해서 시나리오를 짜보고 연습할 것. 


내가 하는 게 정답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시도를 해보는 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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