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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Oct 03. 2023

꿈이야기

미래의 꿈이 아니라, 밤에 꾸는 꿈이야기이다. 며칠 전 부터 잠자리가 바뀌었는데, 평소에 꾸지 않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매일 밤 꾸는 꿈이 다르고 평소에 하지 않던 생각들이라 매우 신선하면서도 의문이 든다. 


예전에는 자주 꾸고 싶었던 꿈이었는데, 그때는 꿔지지 않던 꿈들이 갑자기 매일 밤 보이니 신기할 따름이다.


어릴적 한동안 꿈을 꾼 적이 있다. 지금도 그때 꾸었던 꿈 중 몇몇이 기억 나는데, 그 중에는 저 세상이라고 생각되는 꿈도 있었고, 새로 만든 한자를 꾸었던 꿈도 있었다. 물 속 세상을 여행하는 꿈도 있었고, 출구를 찾아 다니는 꿈도 있었다. 어떤 꿈은 마치 시리즈 드라마처럼 한편이 끝나면 이어서 한편이 전개되는 식이기도 했다. 이 꿈들은 모두 나에게 어떤 게임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도그럴 것이 내가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세계를 보는 게 그저 재미있었던 것이다. 


저 세상이라 여겨지는 꿈은 내가 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대략 6살, 7살 즈음 되었을 적에 꾸었던 꿈이다. 꿈에서 나는 할머니 댁 바로 뒤에 있는 작은 산길을 친구들과 오르고 있었다. 가끔 실제로 친구들과 하던 일이긴 했다. 늘 봄이면 산 입구 언저리에서 진달래꽃을 찾곤 했었다. 그 날은 어쩐 일인지, (꿈속에서) 조금 더 올라갔는데, 어느 순간 잘 정리된 공원같은 가로수길이 나타나는 것이다. 예쁜 가로수에는 진달래도 한껏 피어있었고, 그 길을 따라 가니 처음보는 어르신들이 길 끝에 양쪽으로 서 계신게 아닌가. 까만 갓에 까만 한복을 입은 차림이었다. 얼굴은 매우 말끔해서 오히려 하얀 듯 했다. 양 어르신 사이로 저 멀리 아래에 처음보는 새로운 마을이 펼쳐져 있는데, 그 마을은 마치 천국처럼 아름다웠다. 진달래꽃과 이름모를 화려한 꽃들이 만발하고 밝고 즐거운 기운이 드는 그런 마을이었다. 나는 그 마을이 참 궁금해서 발을 내딛어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잠시 생각하고는 뒤돌아 왔다. 


당시에는 그 꿈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었는데, 한 참 뒤 생각해보면 그 곳이 저세상이 아니었을까 했다. 어린아이가 꾸기엔 너무도 생생해서 잊혀지지 않는 꿈, 그런 꿈이 그냥 나타났을 리는 없지 않을까.


이 외에도 나는 좀 특별한 꿈을 꾸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정성스레 나타난 꿈들을 잊어버릴세라 잠자기 전에 머리맡에 노트와 연필을 두고, 꿈에서 깨자마자 꿈 꾼 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어떨 때는 꿈을 꾸면서도 잊어버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부러 깨어나 비몽사몽 글을 적고 다시 잠 속으로 빠진 적도 있을 정도였다.


꿈은 나에게 마치 예언자가 해주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꿈을 꾸지 않을 때가 참 아쉬웠는데, 최근 몇일동안 다시 꿈을 꾸니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이번에 꾼 꿈에 대해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짚고 넘어가야할 주제들이 많이 보인다. 평소에 무의식 저 밑에 자리잡고 있었던 일들이 꿈속에서 그려지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런데 꿈의 내용이 매일 다르다. 신기할 정도로 주제가 매일 바뀐다. 참 재미있는 나날이다.


나침반 앱을 켜고 머리를 두는 방향을 살펴보니 동쪽이다. 음.. 북쪽이 아니라 동쪽이라니 의외이다.


책<리얼리티 트랜서팅>에서는 자각몽을 꾸기위해 머리를 북쪽으로 두고 자라는 말이 있다. 그 글을 읽고 한동안 시도해 보았는데 나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았다. 그냥 잠만 잘 잤었다. 자각몽뿐만아니라 어떤 꿈도 꾸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의도치않게 동쪽으로 머리를 두고 자며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향의 에너지가 다른 건가.  아무튼 꿈은 나에게 좋은 영감을 주는 도구임엔 틀림없다. 


며칠동안 꾼 꿈을 한켠에 정리해 보았다. 사람에 대한 꿈, 장소에 대한 꿈. 이런 꿈을 꾼 이유는 내가 해결해야할 일이 나도 모르는 사이 잠재의식 속에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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