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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Oct 04. 2023

생각 정리

명절 연휴가 끝났다. 참 길 것 같았던 일주일이 바람처럼 사라진 걸까. 서울역에서 출발한 기억이 가물거리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 낯설었다. 긴 명절을 본 가족과 보내며 나는 내가 참 많이 변했음을 알았다. 더 많이 이야기를 하고, 목소리에 좀 더 힘이 생겼다. 사실 언제부터인가 밖으로 울렁이는 나의 목소리를 알아챈 적이 있다. 많은 세월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살았고, 내가 하는 말은 힘이 사라져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는 연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 조차도 스스로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적이 있었다. 매우 오랜 시간 동안...


목소리에 힘이 생긴 것 이 번 명절에 알아차린 건 아니다. 올해 봄 언저리에 숲 속에서 우연히 떠올랐다. 아! 내가 소리를 내고 있구나! 나도 말을 하고 있었구나!

나는 그동안 내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매우 피곤해 있었다. 일적인 것에서도 에너지를 끌어 올려 준비가 되면 말을 하곤 했었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선 준비단계를 거쳐 의견을 피력하기는 한 것이다. 그러나 그 외에 굳이 필요한 말이 아니면 침묵을 유지하곤 했었는데... 말을 해도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었는데... 


지금 내가 하는 말은 과거에 했던 말이 아니다. 무언가 달라져 있다. 명절 때 가족과 이야기할때도 그랬다. 나는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그러니까 사실이 아니다. 그런 부정적인 말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스스로 변화겠다는 의지와 실천이 있어야 변화는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어릴 적 나와 지금의 나는 참 많은 변화를 거친듯하다. 나만 그렇다고 생각지 않다. 여러 가지 모습의 나는 여전히 나이고 나는 지금도 변할 수 있는 존재였다.


서울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역시나 산책이다. 나는 걷기를 좋아한다. 걸으며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얻고, 풀어야할 것을 풀고, 비워야 할 것을 비운다. 밤 산책이 좋은 이유는 소월길아래 수많은 빛들과 어두운 세상의 대조와 조화때문이기도 하고, 청명한 달을 육안으로 보고 싶을만큼 언제까지나(물론 새벽까지이긴 하지만)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에 태양은 눈이 부셔서 바로 보기가 힘들다. 달이 초승달이어도 좋고, 반달이어도 좋고, 보름달이어도 좋다. 은빛 달도 좋고 금빛 달도 좋고, 붉은 달도 좋다. 달이야 말로 여러 가지 모양과 색을 하고 있는 행성(?)이 아닐까. 이 우주에 한 개체로 해와 달과 함께 공존한다는 것도 좋다. 지구라는 공간과 우주가 주는 소속감은 언제나 대단하고 아름다운 것 같다.


오늘 밤 산책을 하면서도 달과 도시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며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산책 코스는 소월길, 소월길 아래 동네, 그리고 대원정사 법당이었다. 종교적인 이유는 없다. 나는 특별히 법당 안의 고요함과 풍요의 황금빛을 좋아한다. 법당에서 절을 하고 몸이 이완을 되었을 즈음, 앉아서 명상을 한다. 주로 108배를 하지만 매 번 그렇지는 않다. 이제는 의무감으로 절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전에 스스로 첼린지로 100일간 108배를 한 적이 있어, 그 성취감으로 사는 듯 하다. 오늘은 앉아서 비워내기 명상을 했다. 올 한해 1월부터 9월까지 내가 했던 일을 떠올리고 하나씩 블랙홀로 버리기를 했다. 블랙홀 명상을 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매번 비워내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 후로 시각화 명상을 했다. 원하는 나의 모습을 그리는 일. 조금 더 생생히, 구체적으로 그리고 시각화(심상화라고도한다)하는 장면들의 감정과 기분을 생생히 느껴보는 것. 노잉 즉 안다는 단계까지 가는 것. 그런 일을 한다. 덧붙여 요즘 매일 생각하는 건, 역시나 어떻게 행동력, 실천력을 더 높이냐 라는 것, 여기에 생각이 집중되어 있다. 명절 연휴가 끝나고 다시 내 삶을 정리정돈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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