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진짜'였다.

그에게 이 글이 닿지 않기를

by miyouvely

모든 걸 쏟아내지 않아도 된다. 포트폴리오는 면접에서 브리핑하도록.


갑작스러운 소개팅 연락 이후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시간적 여유로 개인 업무를 할 겸 들린 카페에서 책 한 권 정도의 협소한 테이블의 공간 덕(?)으로 그들의 소개팅을 실시간으로 듣게 되었다. 남자는 한껏 꾸미고 나왔고 긴장했는지 얼굴 근육이 다소 굳어있었다. 여자는 운동복은 아니지만 편한 면 반바지 복장으로 들뜬 표정으로 인사를 나눴다. 소개팅의 단골 질문 무슨 일 하세요? 남자는 무미건조하게 직업을 밝히고 여자에게 질문을 던졌고 답을 하는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일생 연대기를 읊어냈다. 남자는 이내 피곤함을 느꼈는지 애꿎은 빨대만 질겅거렸다. 이들이 첫 만남의 카페를 선택한 것은 어색한 공기를 걷어내기엔 적합한 장소였으나 일방적인 대화가 불러온 화를 보는 듯했다. 그들은 과연 식사를 같이할 수 있었을까. 여자가 잠시라도 음료를 마시는 짧은 틈에도 느껴지는 숨 막히는 어. 색. 함의 공기가 소개팅의 결과의 반전은 없음을 예상해볼 수 있었다.


적어도 어색하지만 않기를.. 이번에도 아니면 그만하련다..


오래간만에 구두를 신어서 인지 걸음걸이가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채로 걸어갔다. 날씨는 화창한 나머지 화장이 내려 녹는 느낌이었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수정 화장을 하기 전 "도착하시면 연락 주세요." 전송하고 거울을 꺼내려고 가방에 손을 넣자 메시지 알림이 떴다. "저도 도착해서 앉아있습니다." 놀란 나머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어떤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혹시...? "


photo-1624686713594-21157487be91.jpg copy right _ 상가 리마 로마 셀리아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틀린 그림 찾기가 아닌 같은 그림 찾기의 시간


나이를 오픈하다 예의상 물어봤던 생일이었는데 둘 다 늦게 신고했다는 공통점으로 어색함의 공기가 한층 걷혔다. 다른 직업이지만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건 좋지만 오늘도 중요하다는 가치관을 통해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시간 체크를 하더니 식당으로 이동하자고 했다. "날 것은 못 드신다고 하셔서 무난한 파스타로 예약했는데 괜찮으실까요? " "네! 날 것만 아니면 괜찮습니다." 식당의 입구에서 경사가 높은 계단을 보고 순간 흠칫했지만 룸으로 예약해둔 그의 센스에 대해 의심은 접었다. 요리를 먹으며 얘기를 할수록 차가운 이미지와 달리 수줍음도 많고 착하다고 흔히 말하는 사람의 표본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분 좋은 설렘을 선사한 그의 에프터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첫 만남은 그렇게 마무리했다.




불현듯 그의 차에서 내렸을 때 비추던 불빛에서 발견한

'Mercedes - Benz'

'Mercedes - Benz'


똥차들이 지나고 벤츠가 왔음을 알리는 걸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연애 공백기를 가질 수 밖에 없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