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에서 잘될 확률은?

고를 할 것인가, 스탑을 할 것인가

by miyouvely

첫 번째는 어색함으로 혼란의 시간

두 번째는 탐색전으로 긴장의 시간

세 번째는 결정의 심판대에 오른다.

소개팅 끝자락에는 연인으로 내딛을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정하게 된다.

암묵적 룰처럼 시행되고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세 번째 만남을 앞두고 속이 시끄러웠다.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에도 조심스럽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진짜' 였던 그의 시그널은 충분했다.

판도라의 상자를 읽은 독자라면 왜 망설이는지 눈치챘을 수 있다. 사랑은 하고 싶지만, 이별을 아직은 감당할 자신이 없는 상황이랄까. 그럴 거면 왜 소개팅을 받았냐 한다면 변명 1000% 답변으로 기대 없이 받았던 소개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첫사랑을 만나면 종소리가 난다는 것이 허구임을 알았기에 결혼할 사람은 다르다는 말을 이미 신빙성이 없었다. 호감으로 만나 기억을 차려보니 식장이었다는 지인의 말이 신빙성이 있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결정은 보류해둔 상태로 약속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copyright _ jake melara / unsplash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곳으로 고른 자동차극장으로 이동했다. 바이러스의 장기전으로 넓은 스크린으로 영화감상은 설렘이란 감정을 상기시키기 충분한 장소였다. 상영까지 한 시간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대화를 나누고 있음에도 머릿속에선 집에 귀가할 때쯤 있을지도 모르는 고백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있지 못했다는 것에 집중하지 못했다. 미세한 떨림이 전해질 정도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지 않은 보기 드문 사람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고 속독하는 그였기에 '책'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는 두 가지 사실 자체만으로도 만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도서 인플루언서,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걸 오픈하고 싶지 않았다. 자기소개서에 가산점을 위한 행동 같은 발언이랄까. 솔직히 말하면 운도 실력이라고 하지만 인생의 운을 몰아 받아서 이룬 것들이란 생각에

혹여라도 후광으로 비칠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다. 일개 평범하기 그지없는 직장인일 뿐인데 말이다.





갑자기 대화 중 깜빡이 없이 차선을 변경하는 질문이 들어왔다.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다시 경로를 탐색합니다.


".......? 네?.."

"지금 대답 안 해주셔도 돼요. 영화 끝나고 천천히 대답해주세요. 제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아! 별건 아닌데, 책 좋아하신다고 해서 읽다가 생각나서요."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리본으로 손수 포장해서 내밀었다.

"아.. 그게요..(머뭇머뭇)" 1-2분 정도 정적이 흘렀다.

갑자기 차문을 열더니 그는 종적을 감췄다. 민망함으로 화장실에 간 것일까, 답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건 그의 머릿속에 그려본 적이 없었을까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얼떨결에 받았던 시집은 사실 작년에 읽어봤던 터라 내용은 알고 있었다. 고백 타이밍도 생각지 못한 책 선물은 기분 좋은 당황스러움으로 다가왔고, 시 한 구절에 하트를 칠해놓은 걸 보고 웃음이 터져 벼렸다. 이 사람을 놓친다면, 만나지 못했던 것에 대해 후회할 거 같단 생각이 뇌리를 스쳤고 돌아오면 좋아한다고 대답하리라고 마음을 정했다.


수줍은 표정 나타나선 헛기침을 내쉬더니 꽃다발을 품에 안겨주었다.

"고백을 하면서 꽃이 빠진 채 말했네요." 생각지 못한 꽃 선물에 2차 당황스러움을 맞이했고, 장난기가 발동했다. 웃음기를 숨긴 채 "고백에 대한 대답은 영화 끝난 이후 말할게요." 답했다. 기다린 대답과 달랐는지 나 거절당했나 봐란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그의 표정과 함께 영화는 상영되었다.



영화가 끝난 이후 기다리고 기다렸을 고백에 대한 대답을 전했고 남에서 우리가 되었다.



과거에 아픈 기억을 안겨준 사람은 놓아주고, 지금 이 순간에 같이 있는 사람에게 집중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어떤 미래를 그려갈지는 하얀 도화지에 그려가는 거니까요. 날 사랑하지 않는 그를 놓아주고 날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사랑을 하세요.

"I'm always gonna love you”
난 항상 당신을 사랑할 거야
“I'm always gonna love you, too”
나 역시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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