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락내리락
아침 6시에 일어나 회사 갈 준비를 하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읽고 싶은 책도 글도 많지만 지금 집중해야 할 일이 있어서 외면하고 살았다. 업데이트된 사진은 꾸안꾸를 노린 듯 하지만 예쁜 사진부터 아기와 같이 찍은 사진, 신혼여행을 즐기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평소와 달리 부럽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다시금 기운을 쥐어짠다.
창과 방패가 따로 없구먼.
우리 팀 직원과 옆팀 직원이 실랑이를 하기 시작했다. 퇴사자가 일을 쳐둔 것을 덮어쓰기 싫었을 거고 그 마음은 백번이고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한들 누군가 해결을 해야 했는데 갓 팀장을 단 내겐 선택권이 없었다. 팀장이 시키는 것에 토를 달아본 적 없는 나로선 직원이 눈을 크게 뜨며 못하겠다고 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들 내 맘 같을 수 없다. 몇 번이고 되새겼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자. 어떻게 해야 직원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고민해 봤지만 나 같아도 싫겠는데 그럼 이건 안 되겠다. 시발점이 서로 일을 떠미는 것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걸 바로 잡으면 되지 않을까 했던 게 착각이었다.
본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하기 싫은 일이 되고 그게 스트레스로 이어지게 되는 게 그런 일은 겪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억울한 눈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말에 상의해 보겠다고 다독이며 자리로 돌려보냈다. 이게 과연 맞을까 몇 번이고 고민한 답변이었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구나 하며 낙담을 했다. 다음날 호출을 받아 상사와 이 부분에 대해 논의를 하게 되었고 직원의 말에 공감이 필요했다는 조언을 받았다. 내가 직접 그 일을 처리했고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전했다.
노련한 팀장 아래 직원이었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렇게 속상함이 맥스가 된 날. 남과 비교하면 끝도 없는 걸 알면서도 금세 울음을 터트릴 아이처럼 먹구름이 가득했던 날이었다. 직원의 실수로 연신 사과를 해야 했고, 의견 조율이란 단어가 무색하게 팀장은 처음이니까를 강조하며 할 말을 잃게 하는 협업 부서 팀장 말에 날이 곤두섰다. 평소에 나였다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분명 웃고 넘겼을 텐데 삼켜지지 않았다. 냉소적으로 답변을 했고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고 없었던 일이 되었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모습이 부럽다. 온 세상이 부러운 천지였던 날. 인생이 실패작처럼 느껴져 주눅이 들어있던 날 더 이상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이 변명하기 좋은 말이 아닐까 부정의 늪으로 빨려갔다. 신기하게 먹는 족족 살로 가는 본인과 달리 안 찌는 내가 부럽다는 말에 멍해졌다. 날 부러워하는 이도 있다고? 미래를 바라보고 달려가느라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고민 없는 사람 없다는 사실을 망각했다니. 부러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걸까. 시간이 해결해 주는 법이니까. 지금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