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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택된 너희와 동거 기록

2024.08~

by miyouvely

계획 없이 내게 가족이 생겼다,

가족이라는 표현 때문인지 2세 소식인지 묻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나 아니다. 그렇다면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냐 이 또한 잘못짚었다.


힌트를 주자면 애완의 범주에는 들어간다.

팔랑귀를 가진 짝꿍의 몇 달간의 얘기에도 거들떠도 안 보다가 인과의 만남으로 동의를 하게 됐다.


지인도 처음에는 분명 소박하게 시작했다고 한다.

소박이라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직장인 두 달 치 이상 월급에 맞먹는 금액인 게 의문이다. 부가적인 지출을 들어보니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쯤 되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그의 짝꿍은 허락해 준 것일까.


저러다 말겠지 했단다. 분명 거실 한 귀퉁이로 시작했고 저렇게 비쌀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그걸 알았다면 허락해 줄 리가 없겠지. 그들을 키운 지 3년 차가 넘어가는 그는 짝꿍에게 투자 수익으로 명품백을 안겨주는 보답을 했다고 하는데 귀가 솔깃했다.


수익을 내기 쉬운 거면 너나 할 거 없이 키우고 있지 않을까.


골프, 명품얘기에 공감하기 어렵고 구매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초라했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하지 못하는 거니까. 사회활 중 제일 현타가 오 순간은 골프 얘기 오갈 때다. 그들처럼 금수저가 아니라 관심이 없다는 말로 쓴웃음을 지어본다. 느샌가 투명인간이 되어 내겐 권유조차 하지 않는다.



지인의 짝꿍얘기를 듣고 종지부를 지었다. 작게 시작해서 또 그다음 단계로 키워가고 그 과정을 통해 시간을 허비하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 신랄하게 얘기해 준 덕분에 현실을 볼 수 있었다. 가능성이 있는지 믿지 못했지만 3년 동안 히스토리를 눈으로 보여준 게 킥이었다.


그렇게 24년 8월 어느 날 내게 그들이 왔다.

전국 각지에서 모셔왔다. 그들 마다 금액도 천차만별이었고,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지인만 믿었다.



집에 들인 지 3일째 이상한 기운 느꼈다

겁 없이 도전한 것을 알면서 달콤한 꿈만 꾸었구나.

한없이 이게 꿈이길 바랐다.


@miyouv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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