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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택된 너희와 동거 기록 2

순아 안녕

by miyouvely

https://brunch.co.kr/@miyouvely/145

지난 글에서 마지막 사진을 보면 아직도 코끝이 찡하다. 강아지, 고양이 외에 앵무새, 뱀과 같은 동물은 특수전문병원에 가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고 모든 게 낯설고 어색했다. 예약을 했음에도 무한 대기로 심장이 콩알만 해지는 저릿함을 느끼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주치의 말로는 구멍이 생각보다 폐로 관통되어 바로 직전 상태로 폐렴도 진행되었고 추가적인 진단은 약을 투여해 보며 경과를 봐야 한다며 조심스레 좋지 못한 상황이라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몇 분 간의 정적을 깨고 임시방편으로 구멍을 막는 처치와 약을 처방받고 병원을 나섰다.


기존 주인은 많은 개체수를 키우는 사람임에도

이 사실을 과연 몰랐을까 하는 마음에 화가 나고 무지한 내가 미웠다.


며칠이 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되려 나를 안정시켜 주는 생명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벌써 생각만으로 눈물이 송골송골 맺혔다. 짝꿍과 깊은 논이 끝에 기존 주인에게 다시 보내기로 마음을 먹고 실랑이가 시작됐다.


피 튀기는 공방전 끝에 택배로 보내달라는 말에

2시간을 운전해 직접 보내주고 왔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우연히 너를 새로운 주인에게 보내려는 글을 발견했다. 까지 책임지지 못한 미안함과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 교차했다.

꼭 널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주인 만나길 바라.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도 있다.



수컷 2마리에 암컷 한 마리면 암컷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조언에 데려오게 되었다.


새로운 수조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해서 식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데 이 녀석은 오자마자 허겁지겁 먹었다. 마음을 아는지 원래 가족이었던 것처럼 잘 지낸다.


이별의 아픔을 신경 쓸 겨를 없이. 4마리 건강과 직장 생활하랴 숨 바쁘게 달렸다. 하니 수컷이 암컷에 반도 안 되는 크기라 과연 번식을 할 수 있을까 아직도 의구심이 들지만 산란기에 확인하도록 하고 아프지만 않기를 바라본다.


원하는 대로 늘 일이 흘러가지 않듯.


분명 어젯밤까진 괜찮았던 녀석의 손에 피부병이 기세를 보고 있으니 신경이 쓰인다. 금욕을 해주면 낫겠지. 초반에는 안절부절못했지만 이제는 제법 여유가 생겼다. 본능인 것인지 주인이 없을 때 광합성하러 육지로 올라와 몸을 건조한다. 퇴근하고 출입문을 열었다 녀석이 광합성을 하던 중 눈이 마주쳐 후다닥 놀란 가슴 부여잡고 물속으로 숨어버리는 부끄러움이 많은 모습이 내 눈엔 더 사랑스럽다.


투룸에서 너희를 키울 수 있는 것도 신기하고 혹여라도 육지에 너희가 있어 화장실에 갈 때 림보를 하며 눈치를 보는 모습에 실소가 터졌다.



매주마다 소금욕을 시켜주면서 몸 이곳저곳 자가검진을 하는 데 건들지 말라고 얼마나 몸을 흔들어 재끼는지 손에 여기저기 상처가 났다.


눈을 마주치고 엄마가 너 걱정돼서 잠깐 보려고 하는 거잖아라며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2세가 생기면 나도 애를 품에 안고 다니겠구나 상상을 해본다. 왜 그렇게 엄마들이 자식에게 좋을 것을 주려고 하는 것인지 막연히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생명체를 키우다 보니 모님께 죄송한 마음에 숙연해진다.


피부병보다 더 걱정이 되는 것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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