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일기 6
우리 송이가 달라졌어요.
동거일기 3에서 송이의 상태는 눈에 진물이 나고 사진을 지금 봐도 말도 못 하고 얼마나 아플까 싶게
걱정 1호기였다. 내 새끼라고 해도 돼지 코처럼 코평수가 넓고 먹부림을 부리는 걸 보면 되지 거북이로 임명해도 될 비주얼이라 예쁘단 말은 잘 먹을 때 빼고는 안 해줬는데, 그런 우리 송이가 변했다.
3주간의 건조사육을 마치고 눈은 언제 아팠냐는 듯 괜찮아졌다.
전 주인이 어항물 관리를 잘못한 것인지 등갑이 초록색 이끼가 있었는데,
그 껍질이 탈락되고 나니 이렇게 예쁜 콘센트릭 거북이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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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할 준비를 하시고, 보세요.
이렇게 가까이 가면 도망가기 바쁜데,
웬일로 오늘은 예쁜 내 얼굴 한번 보여드리지 하면서 내어주고
코를 만져도 가만히 있는 예쁜 송이가 되었다.
여기까진 분명 평범한 하루였다.
그랬어야 했다.
어항 환수를 끝내고 깨끗한 큰 어항으로 들어간 지 얼마나 됐을까.
송이가 파닥파닥 나 살려라 첨벙첨벙..
산란기도 지났고 저렇게 파닥거릴 일이 없는데 의아함 반 불안감 반.
설마가 확신으로 되어간 건.
송이의 눈 상태였다.
또 눈 주변이 벌겋게 되어있는 게 아닌가.
우리 어항엔 수컷 두 마리와 초미녀 미미가 있다.
미미와 송이는 장난은 치지만 서로 아주 평화롭게 지낸다.
그래도 혹시라는 게 있으니 지켜보기로 했다.
미미와는 평소와 달리 장난치고 잘 지내니 범인에서 제외.
피부병이 난 것일 수도 있으니 좀 더 지켜보자.
그러던 다음 날
짝꿍에게 딱 걸렸다.
수컷 한 마리가 송이의 눈을 무는 광경을 실시간 목격했다.
요놈 잡았다. 손으로 잡자마자 놔달라고 발버둥을 세차게 치지만 어림없다.
바스락바스락 손톱과 종이가 닿으면서 소리를 내는 게 불만이 가득 찼다.
얄미워서 모른 척했지만 이내 조용해져서 걱정되는 마음에 박스를 쳐다봤더니.
손들고 나 잘못했어요 하는 것처럼 서있는 게 아닌가.
귀여운 건 확대해서 한 컷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