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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Sep 15. 2021

퇴사 시뮬레이션 해볼까?

지금 이 시간부로 퇴사하겠습니다.

"카드값을 내기 위해 회사를 다녀야 돼. "



오늘은 내가 퇴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보려 한다.  카드 값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메꾸면 되고, 가장 빠른 방법은 지출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퇴직금으로 몇 달간은 생활비는 메꿀 수 있을 테고 말이다.


내게는 솔직해져 보자.


사표를 던진 후 취직을 하지 못해 벗어나고자 했던 업으로 되돌아오는 루저가 될까 무섭다.

편한 일을 찾다 보니 통장에 찍히는 귀여워진 월급에 배운 게 도둑질이라며 타회사에 입사했다는 속보가 들려온다. 당장에 펼쳐지는 결과보다 본인의 행복과 꿈을 찾아 떠난 그들이라는 점에서 퇴사를 실행에 옮긴 지인들이 존경스럽다. 직장인에게 주어지지 않는 방학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부러운지도 모르겠다. 


멘티가 퇴사를 망설이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건 돈보다 맞바꿀 수 없는 거니까 무엇보다 네가 행복하지 않다면 퇴사하는 게 맞다고 했다.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햇다는 생각이 들까 싶어 힘들면 새로운 일을 해보라는 지인들의 조언은 귀담아듣지 않고 지금에서야 뼈저리게 후회가 된다며 나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의 못 이룬 꿈을 이룬 그녀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10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너 

일중독이던 내게 나를 갈아가며 일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직원을 부품처럼 생각하며 높아진 퇴사율에도 눈을 꿈뻑하지 않는데 말이다. 그렇게 번아웃은 찾아왔다. 스트레스는 쇼핑과 야식의 콜라보로 정신, 신체 건강은 엉망이 되어갔고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여유는 커녕 일이 더 많아졌다는 사실은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마음의 소리를 입 밖으로 나오게 했다. 리프레쉬 휴가가 사라지고 2주 휴가제도가 생겼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팀장님께 달려가 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인사과에서 최종 인원 발표를 기다리게 되었다.


*리프레쉬 휴가 : 피로한 몸과 마음에 활력을 주기 위해 갖는 장기 유급휴가


2주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


2주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는 메일을 전달받았다. 내게 주어진 2주라는 시간을 위해 파리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퇴사를 했다는 느낌을 내고자 생각해낸 곳은 이뤄지지 않을 꿈을 꾸는 것 같았던 파리였다. 혼자였기에 두려움이 공존했다.치안이 좋지 않아 도난이 많다는 글을 수도 없이 검색되고 잃어버릴 물건은 가져가지 않으면 그만이었지만 사진까지 포기하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안되면 되게하라가 빛을 냈다. 한국인 포토그래퍼 분과 약속시간을 조율하여 스냅을 예약한 것이다. 웨딩 스냅만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흔히 말하는 인생 사진, 프로필 사진을 위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웨딩스냅 보다 셀프웨딩으로 찍은 사진들을 보면 콕 찝어 말할 수 없지만 예쁘다란 생각이 들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 사진으로 꼽는 에펠탑이 보이는 백화점으로 유명한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행복함에 취해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도 비슷한 맥락이다. 구도가 맞지 않고 눈은 감긴 채 찍혀 아쉬움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에서 느껴지는 당시 햇빛의 따사로움, 바람 정도, 설렘이라는 감정, 미소, 라파에뜨 백화점이라는 기억을 담고 있기에 전문가 손길을 거친 스냅보다 더 애정이 가는 사진이다. 


사진을 통해 그 날 날씨, 기분(표정), 기억을 담아 보는 건 어떨까.

손으로 쓰는 일기 말고 그림일기를 말이다.


@copy right _ miyouvely 


퇴사를 꿈꾸는 퇴린이로서, 삶에서 작은 부분을 행복으로 바꿔가는 장치를 구축해나가려고 한다. 첫 번째 액션은 핸드폰 대기화면을 에펠탑 낮에서 밤까지 하이퍼 랩스 영상으로 설정해두었다. 가장 많은 시간 같이하는 것은 핸드폰이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당장의 퇴사가 두렵다면 하루살이가 아닌 점차적으로 행복한 순간으로 타임머신 타는 여정을 같이 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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