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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Sep 12. 2021

이제야 밝히는 사실

성실히 살다보면 찾아온다. 

사소한 것에서 결판이 난다는 것을. 

용돈 받던 좋은 때는 지났다.


귀가 중 우연히 발견한 아르바이트 공고, 그렇게 베이커리 T사의 샌드위치를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새벽 6시 출근도장을 찍고 요청받은 수량을 만들고 8시 퇴근하기에 아침시간 활용하기 좋았다. 비슷한 시기 친구들은 P사의 캐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는 빵 이름 외우기가 주를 이뤘다.


짧은 근무시간으로 추가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던 T사 캐셔 자리를 권유받았다. 근무하던 직원이 급하게 인력이 필요했기에 캐셔 업무를 부탁받았다.  업무를 익히던 중 P사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아르바이트 추가로 구하고 있댔지? " "안 구해도 될 거 같아""벌써 구한 거야?""캐셔업무도 하기로 해서! " 



@copy right _ 라지 오비라 모 비치



일복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P사 근무하는 친구들을 기다리다 사장님을 마주하게 되었다.

 

근무시간 조정해줄 테니 우리 쪽에서 일해줄 수 있을까?

친구가 있는 곳에서 근무하는 거라 부담 없을 거 같은데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거절하지 못하고 T사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으로 조율했다. 머리로는 알지만 경쟁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죄책감을 씻고자 시키지도 않은 부가 업무를 도맡아 하며 최선을 다했다. 이기적 이게도 쇼케이스에 진열된 샌드위치를 구매하는 고객을 보며 미소를 지었던 지난날은 돈보다는 행복감을 주는 일을 해야 함을 알려주었던 듯하다. 


만드는 동안 생각했다. 
시간에 쫓겨 간편식으로 선택한 샌드위치가 먹는 이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기를,
힘든 하루 중 잠시나마 맛있다는 생각으로 한 번은 웃을 수 있기를 바라며 진심을 담았었다.

미래에 지친 나를 위한 큰 그림이었던 것일까


 

쉽다면 하시면 됩니다.

돈으로 배울 수 없는 사장님의 사업 노하우(철칙)를 배웠기에 감사하고 죄송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몸이 아플 때도 손님과 약속이라며 오픈, 마감시간을 중시했다.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에게 밝은 인사를 건네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얘기했다. 당시는 시키는 대로 했던 행동이지만 차이를 체감했다. 무성의한 인사는 안 하느니 만큼 못하단 말이 괜히 있겠는가. 맛있는 빵이라는 유형, 친절이라는 무형 서비스 시너지를 통해 사랑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소한 차이가 큰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말이다.



베이커리 양대산맥의 경험을 통해 나만의 분석을 해보았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회사, 본사에서 아침마다 야채들이 공급되는 형태로 보장된 맛있음을 낼 수 있는 P사,  발품 팔아 야채부터 모든 재료를 자급자족하는 형태로 집에서 만들어먹는 샌드위치라는 인식을 심는 T 사였다. 서로 다른 매력이 있지만 두 곳을 애정 하는 이유는 빵 굽는 냄새로 미소 짓게 만드는 마술이 일어나는 공간이기에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로 작용한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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