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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Sep 21. 2021

다 모여서 좋으시죠, 할아버지

저는 많이 미워요.


눈물이 툭. 툭. 툭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쓰러 할아버지는 곁을 떠다.

정정하셨기에 충격은 쉽사리 가시질 않는다. "가는데 순서 없는 거지" 할머니 혼잣말에 코끝이 찡했다. "생전에 얼굴 보고 싶다고 그리 말씀하셨는데. 진작 좀 오지.." "...."   옆에 있던 고모가 "명절마다 시간 쪼개서 왔던 애한테 엄마도 참.."  아들을 바랐던 희망을 깨고 태어난 손녀라 축복받지 못했다, 요즘은 상상도 못 할 여자가 무슨이 통하는 지역 특색으로 못 본 척 못 들은 척 살아왔는데 바쁘단 핑계로 얼굴 비추지 않는 남동생들에게는 아무 말하지 않는 할머니의 섭섭함이 비수가 다. 그래도 내 하나뿐인 할머니인 것을.


장남의 무게감

할아버지의 죽음보다 아버지의 수척해진 모습에 먹먹다. 가늠되지 않는 아픔 때문일까. 아버지에게 할아버지는 어떤 존재였을까. 마음속으로 소리 내어 울고 있는 아버지 앞에서 차마 목놓아 울 수 없었다. 숨죽여 눈물을 툭툭 떨어뜨리는 것밖에는.



빨갛게 충혈되어 "목이 마르네.." 헛기침에 눈물이 터져버렸다. 뇌출혈 소식 듣고 한 번이라도 병문안 가볼걸 때늦은 후회를 하면서. 고모들과 목놓아 울고 나서야 진정이 되었다. 내일 발인을 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할아버지의 빈자리가 실감 나지 않을 거 같다.



손녀로서 따뜻한 말 들어본 적 없지만 할아버지 이제는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추석임에도  먼 걸음 해주신 조문객들, 놓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온 화환 보이시죠. 다음 생에는 손로 태어나 할아버지에게 정도 부리는 친근한 손주 되고 싶어요. 그곳에서 할머니 걱정은 마시고 편히 쉬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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