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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다.
하얗게 불태운 오늘 월요일답게 오전은 한 것도 없이 지나갔고 다이어트 도시락 10분 컷으로 흡입하고 자리로 돌아와 책을 몇 장 읽다 눈앞에 펼쳐진 일더미를 보고 무심하게 책으로 시선을 돌리기 어려웠다. 외식을 하러 나가는 직원들은 1시까지 칼같이 맞춰오는데 혼자 일을 하고 있는 게 어느샌가 억울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썼는데 오늘은 내 시간을 누리지 못했다. 미친 듯이 일일 일일만 했지만 제자리걸음이라는 결과를 내고 망연자실하게 퇵근을 했다. 머릿속에 '이렇게 고생했는데 하루쯤은 괜찮지 않을까?' 내면에서 악마의 유혹이 시작됐다. 열 줄도 아니고 다섯 줄 쓰기 하기로 해두고 너 그렇게 밖에 안 되는 얘였어? 천사가 정신 차리라며 쓴소리를 건넸다. 브런치에 이미 공표를 했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대도 약속도 지키지 못한 사람이 되는 게 싫었다.
침대에 누워있다 뭉그적 일어나 노트북을 펼쳤다. 일찍 일어나기 위해 핸드폰, 알람을 멀리 두는 원리와 비슷하다. 그 덕분에 쓰지 않으면 불편감을 느끼는 장치를 통해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내일부터 운동해야지 보다 돈을 들여 수강 신청한다거나 알람 설정을 통해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불편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엔 해내게 된다는 것은 해본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오늘도 불편하지만 한 걸음 내딛은 나를 응원하며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