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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Jan 14. 2022

이걸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P.9

인사이동으로 새로 배치된 직원들에게 업무 관련 공지와 더불어 사수의 역할까지 해내야 하는 몸이 열개였으면 좋겠다 싶은 요즘입니다. 금요일이니까 오늘 하루만 버텨내 보자란 마음으로 자리에 앉던 도중에 눈에 새로운 물체가 레이더망에 걸렸습니다. 포스트잇에 '뇌물'이라고 적어진 쪽지였습니다. 최근에 팀에 영입된 후배였는데 질문을 할 사람이 없어서 눈치가 보였는데 바로 피드백해주는 본인 사수를 부탁한다며 둔 것이었습니다. 제가 뭐라도 응당 선배라면 알려주는 역할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고 커피 못 마시는 절 생각해서 자몽에이드로 주문해준 것도 뇌물이라며 메모적은 것도 과거 사수를 했던 때가 떠올라 호탕 지게 웃어버렸습니다.



이 친구는 제가 작가인걸 모르기에 볼 수 없겠지만 하루의 시작을 미소 지으며 일할 수 있게 해 준 것, 잊고 있던 활기를 되찾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 대외적으로 사수로 공표되지 않겠지만 기댈 수 있는 선배로 항상 배우고 베풀겠습니다.




선배에게 힘들다고 하면 토닥여주던 때가 기억이 납니다. 과연 나는 후배들이 기댈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고 있었을까. 우상 같은 선배가 되고 싶었던 과거의 목표는 언제 지워진 걸까. 이 친구 덕분에 제가 아는 것을 아낌없이 공유하는 것, 후배일이 많아 멘붕인 순간이 보이면 일을 덜어주곤 했던 때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행복했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사람 냄새나게 일을 했었는데.. 팀원들과 같이 웃고 울고 버텨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마음의 문을 닫아놓은 이들에게 문을 두들 릴 힘이 없었기에 심적으로 힘들었었구나 깨닫게 된 날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선물이라는 포스트잇과 함께 커피를 배달해야겠습니다. 그 친구도 웃으며 하루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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