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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Jan 30. 2022

행복한 삥이었던 순간

P.23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노약자석에 앉아있아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시는 모습을 보고 세뱃돈을 받았던 때가 떠올랐다. 이제는 내가 줄 나이가 됐구나란 생각과 함께 과거 특이한 경험을 했던 날을 회상했다. 연수를 마치고 서울로 향하기 위해 기차 티켓을 발권하고 있었다.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죄송한데요. 핸드폰만 가지고 나와서 이체해드릴 테니 발권해주시면 안 될까요?" 순간 이렇게 성인이 돼서 갈취를 당하는 것인가 싶었다. 핸드폰만 들고 안절부절못한 표정을 보니 못 받는다 한들 기부했다 생각하자는 생각으로 발권 후 티켓을 전달했다. 연신 고맙다며 계좌를 알려주시면 보내드리겠다고 하더니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계좌이체 좀 해줘 몸만 덜렁 나온 거 있지 하하하. " 궁금하진 않았지만 남자 친구를 보기 위해 서울로 올라간다는 얘기를 통해 연애 초기임을 유추해보며 사랑의 힘이란 대단하다 싶었다. 갑자기 그녀는 대기하고 있던 기차에 보더니 감사합니다 하고 쏜살같이 사라졌다. 다급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저기요.. 그거 타면 안돼요'라고 소리쳤다. 휘둥그레져서 서둘러 내렸고 다음 열차임을 알려줬다. 기차를 타서야 갈취를 당하는 게 아닌지 긴장감이 느슨해지면서 헛웃음이 나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할머니들께서 다짜고짜 여기 어떻게 가야 되냐고 손목을 잡는 경우에도 놀라지 않고 알려드리곤 했었는데 요즘은 다들 바쁜 삶이다 보니 그런지 어르신분들이 길을 물어도 모른다고 휑하지 지나쳐버리는 경우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나도 언젠가 희긋희긋한 할머니가 될 텐데 아무도 내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얼마나 외로울까 하고 말이다. 중국 인분이 아산행을 타야 하는데 다른 행을 탔다며 발동동 굴릴 때 펜을 꺼내 전광판 지하철 넘버를 적어드리고, 보물찾기 지도처럼 번지수만 아는 외국인을 직접 목적지까지 안내해 준 적도 있다. 도움을 드리는 게 어렵지도 않았고, 해외여행을 갔을 때에도 친절히 알려주신 분들에게 받은 감사함을 베푸는 것이라 생각했다. 길을 헤매는 어르신분, 폐지를 줍고 다니시는 어르신분들이 있다면 휙하니 모른척하고 지나치기보다 도움을 드리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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